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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평 아파트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면서 예상보다 돈이 더 들어간 이유

오래된 26평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게 도배와 장판이었다. 요즘 인테리어 비용이 워낙 올랐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굳이 거창한 리모델링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도배랑 장판만 새로 해도 집이 깨끗해질 거라 막연하게 믿었다.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해 봤을 때는 평당 얼마라는 식의 대략적인 수치만 나와서 감이 잘 안 왔다. 결국 발품을 파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을지로 4가역 7번 출구 근처에 모여 있는 방산시장 도배골목을 직접 찾아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골목 자체에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들어서자마자 약간 피곤해졌다. 몇 군데 가게를 들어가서 26평 도배장판 비용을 물어봤는데, 생각했던 예산 범위와는 꽤 차이가 있었다. 나는 150만 원 안쪽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으나,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니 1.8T 두께의 일반 장판과 벽지 종류에 따라 기본 190만 원에서 많게는 240만 원까지 올라갔다. 인건비 비중이 생각보다 너무 컸고, 쓰레기 처리비나 부자재 비용이 따로 붙는다는 설명을 들을 때마다 예산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었다.

실크벽지와 광폭합지 중에서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

벽지 종류를 고르는 과정부터 선택 장애가 왔다. 상담해 주는 분들은 요즘은 거의 다 실크벽지로 한다고 넌지시 권했다. 실크벽지는 오염이 묻어도 닦아내기 쉽고 이음새가 안 보여서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실크벽지로 시공을 하게 되면 벽면 전체에 초배지라는 종이를 덧붙이는 띄움 시공을 해야 해서 작업 시간도 늘어나고 인건비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뛴다고 했다. 반면에 광폭합지라고 부르는 종이벽지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이음새가 겹쳐서 보이고, 벽면이 울퉁불퉁하면 그게 그대로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셋집도 아니고 내가 직접 살 집이라 실크로 해야 하나 싶었지만, 예산을 생각하면 광폭합지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방과 거실만이라도 실크로 할까 하다가, 괜히 애매하게 섞었다가 톤이 안 맞을까 봐 그냥 전체를 광폭합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장판도 얇은 1.8T로 타협했는데, 상담원이 발바닥이 아플 수도 있다고 걱정 섞인 말을 던질 때마다 결정을 번복해야 하나 흔들렸다.

작업 첫날 벽지를 뜯어내면서 알게 된 벽면의 험난한 상태

시공 날짜가 잡히고 첫날 아침에 작업자분들이 오셔서 기존 벽지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진짜 번거로운 일들이 터졌다. 겉보기에는 그냥 낡은 벽지였는데, 뜯어내고 나니 안쪽 시멘트 벽면에 거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구멍이 숭숭 뚫린 곳도 있었다. 작업자 한 분이 나를 불러서 이 상태로는 그냥 도배를 하면 나중에 풀이 마르면서 벽지가 뜨거나 곰팡이가 배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추가로 약품 처리를 하거나 퍼티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구나 싶어 머리가 아팠다. 결국 추가금을 조금 더 얹어주고 급하게 밑작업을 요청하긴 했는데, 처음부터 예산을 빡빡하게 잡아놓은 터라 속이 쓰렸다. 현장 상황이라는 게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벽지를 다 뜯어낸 거실 바닥에는 찢어진 종이 부스러기와 시멘트 가루가 뒹굴었고, 집 안은 온통 회색빛 먼지로 가득 찼다.

아침 일찍 시작된 이틀간의 시공 과정과 먼지와의 싸움

도배와 장판 시공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작업은 매일 아침 7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시작되었다. 출근 시간보다 빨라서 아침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문을 열어주고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첫날은 기존 벽지 철거와 벽면 평탄화 작업 위주로 진행되었고, 둘째 날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벽지를 붙이고 장판을 깔았다. 풀 냄새와 접착제 냄새가 섞여서 머리가 핑 돌 지경이었다. 작업자분들이 일하시는 동안 딱히 내가 할 일은 없었지만, 좁은 베란다에 서서 커피나 음료수를 사다 나르며 눈치를 보는 상황 자체가 꽤 불편했다. 혹시라도 대충 하실까 봐 지켜보고는 싶었지만 너무 가까이 있으면 방해가 될 것 같아 애매하게 서성거렸다. 오후 5시쯤 되어서야 모든 작업이 끝났는데, 바닥에 깔린 장판 위에 풀칠 흔적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는 2차 청소 걱정이 앞섰다.

도배와 장판이 끝난 방을 보며 남은 묘한 아쉬움과 흔적들

시공이 끝난 당일 저녁, 가구도 없는 텅 빈 집을 둘러보았다. 벽지가 마르지 않아서 군데군데 쭈글쭈글하게 우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작업자분은 일주일 정도 문을 닫아두고 자연스럽게 말리면 다 펴질 거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내 눈에는 당장 엉망으로 붙여놓은 것처럼 보였다. 장판 모서리 틈새에 실리콘이 얇게 쏘아진 부분도 미세하게 비뚤어져 있었고, 문틀 틈새에 아주 작은 벽지 찌꺼기가 끼어 있는 것도 신경 쓰였다. 19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이고도 백 퍼센트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묘한 찝찝함이 남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무리를 해서라도 실크벽지로 진행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 정말 벽지가 펴지기는 했지만, 불빛을 비스듬히 비추어 보면 합지 특유의 겹침선과 벽면의 굴곡이 슬쩍 드러나서 볼 때마다 약간 거슬린다. 그래도 이미 끝난 일이고, 짐을 들여놓고 살다 보면 잊혀지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아쉬움이 방 한구석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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