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는 달랐던 실제 도배 경험
3년 전, 대출을 끼고 구매한 24평 아파트로 이사할 때의 일이다. 예산이 워낙 빠듯했던 터라 거창한 인테리어는 포기하고 도배만 새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대략적인 도배비용이나 25평도배비용이 120만 원에서 150만 원 선이라는 후기들이 많았다. 이 정도면 예산 안에서 방어할 수 있겠다고 안심했다. 하지만 실제 견적을 받으려고 방 3개와 거실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더니, 돌아온 견적은 200만 원에 육박했다. 기존 벽지가 실크벽지라 전부 뜯어내야 하고, 벽면 상태가 고르지 않아 퍼티 작업과 부자재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이 과정을 겪어보니, 인터넷의 평균가라는 것이 실제 현장에서는 얼마나 무의미한 숫자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견적은 단순히 평수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도배견적내는법과 예산이 튀는 진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실수하곤 합니다. 단순히 벽지 가격만 생각하고 인건비와 부자재비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도배 비용의 대략 70%는 인건비다. 도배사 1인의 하루 일당은 숙련도에 따라 25만 원에서 35만 원 선인데, 보통 2~30평형 아파트 전체를 제대로 도배하려면 최소 3명 이상의 작업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기존 벽지 폐기 비용과 초배지, 본드 같은 부자재비가 더해진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합지 벽지는 비용은 저렴하지만(25평 기준 100만 원 안팎), 내구성이 약하고 겹침선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실크 벽지는 이음새가 안 보여 깔끔하지만, 밑작업이 필수라 비용이 최소 1.5배 이상 든다. 만약 벽면 콘크리트 상태가 엉망이라면 어떤 벽지를 고르든 밑작업 비용이 추가되므로, 예산을 짤 때는 항상 생각한 금액보다 20% 정도는 여유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무조건 아끼려다 마주한 실패 사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초배 단계를 건너뛰거나 저렴한 합지로 무리하게 덮어버리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지인은 원룸도배비용을 아끼고자 기존에 붙어있던 실크벽지 위에 그냥 덧방을 쳤다. 처음 며칠은 그럴듯해 보였으나, 겨울이 지나고 습도가 변하자 벽지가 통째로 들뜨면서 울기 시작했다. 결국 반년도 못 가고 벽지를 다 뜯어내고 재시공을 해야 했다. 이처럼 기초 작업을 무시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덮는 것은 이중 지출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만, 전세 계약 기간이 1년 남짓 남았거나 벽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실크로 바꿀 필요 없이 훼손된 부분만 부분 도배하거나 그냥 두는 것도 현실적인 타협안이 된다.
셀프 도배는 과연 돈을 아껴줄까?
요즘 풀 바른 벽지가 잘 나와서 1인 가구나 원룸 거주자들이 셀프 도배에 많이 도전한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방 한 칸 정도(대략 3평 내외)라면 셀프가 확실히 이득이다. 재료비 10만 원 안팎과 주말 하루를 투자하면 되니까. 하지만 거실을 포함한 20평형 이상의 공간을 혼자 하겠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천장 도배를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목과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은 둘째치고, 벽지가 사방으로 울어서 결국 전문가를 다시 부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건비를 아끼려다 병원비와 재시공 비용이 더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비용을 들여도 보장되지 않는 완벽함
비싼 돈을 들여 베테랑 도배사를 섭외하고 고급 실크벽지를 선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모델하우스 같은 벽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집 거실 한쪽 벽면은 시공 직후부터 미세하게 우는 현상이 있었다. 시공업체는 ‘풀이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펴질 것’이라고 했지만, 3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정 각도에서 빛을 받으면 그늘이 지는 현상이 미세하게 남아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매일 신경 쓰일 법한 부분이다. 콘크리트 옹벽 자체의 평활도가 떨어지면 아무리 뛰어난 도배사가 와서 초배지를 띄워 쳐도 한계가 있다. 이처럼 도배는 현장의 원래 벽 상태라는 변수에 크게 좌우되므로, 100% 완벽한 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
현실적인 결론과 의사결정
이 조언은 집 상태가 애매해 도배를 해야 할지 말지 망설여지는 20~30대 1인 가구나 이사를 앞둔 이들에게 유용하다. 반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인테리어 업체를 턴키로 끼고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사람이라면 이 세세한 가성비 저울질은 오히려 머리만 아프게 할 뿐이니 그냥 전문가의 일괄 견적에 따르는 것이 낫다.
만약 지금 도배를 고민 중이라면, 무작정 견적부터 알아보지 말고 먼저 줄자로 벽면의 가로, 세로 크기를 직접 재보자. 실측 사이즈를 바탕으로 벽지 소요량을 대략 계산해보는 것이 업체의 과도한 견적 부풀리기를 막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아무리 꼼꼼히 준비해도 건물의 단열 상태나 벽면의 굴곡에 따라 최종 결과물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