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일이 커져 버린 작은방 벽지 교체
처음엔 그냥 누렇게 뜬 벽지가 보기 싫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뭐 대단한 인테리어도 아니고, 그냥 거실도 아닌 작은방 한쪽 벽면만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건데, 그게 화근이었다. 지인들은 그냥 업체 부르라고 했지만, 뭐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가 싶어서 덜컥 풀바른 벽지를 주문했다. 가격은 대략 5만 원 정도 들었나. 합지 벽지로 골랐는데, 친환경이니 뭐니 따질 겨를도 없이 그냥 색깔만 보고 결정했다. 택배 박스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주말 오후 한 나절이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풀바른 벽지는 정말 편리한 게 맞나
제품 설명에는 ‘누구나 쉽게 바르는’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단 벽지를 벽에 대는 순간부터 풀이 여기저기 묻기 시작했다. 장판 위로 풀이 뚝뚝 떨어지고, 손은 끈적거려서 스마트폰 화면도 못 만지는 상태가 되었다. 풀바른 벽지가 마르기 전에 빨리 붙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마음만 급해졌다. 겹치는 부분 맞추기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밑에 기존 벽지를 다 뜯어내고 작업해야 깔끔하다는 글을 어디서 봤는데, 그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대충 덧방을 했더니 나중에 보니까 울퉁불퉁하게 붕 떠 있는 부분이 생겨버렸다. 다시 떼어낼 수도 없고, 그냥 눈을 감기로 했다.
도배공사 업체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여러 번 들었다. 벽지 끝부분을 칼로 예쁘게 잘라내는 게 생각보다 훨씬 고난도 작업이었다. 힘을 살짝만 잘못 줘도 벽지가 찢어지거나 아니면 덜 잘려서 너덜거렸다. 거실은 엄두도 못 내겠고, 그 작은방 하나 하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배장판 비용을 아끼겠다고 셀프를 선택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전문가들에게 맡겼을 때의 깔끔함과 내 인건비를 생각하면 이게 과연 경제적인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TV에서 보던 인테리어 고수들은 어떻게 그렇게 척척 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시간이 지나니 드러나는 엉성한 결과물
도배를 다 끝내고 나니까 뿌듯하긴 했다. 적어도 누렇게 뜬 이전 벽지보다는 깨끗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날이 좀 흐려지니 습기 때문인지 벽지 이음새가 살짝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꼼꼼히 붙인다고 했는데, 결국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티가 나는 모양이다. 부분 도배라는 게 생각보다 정교한 작업이었다. 업체마다 진단이 제각각이라던 어느 글을 봤을 때만 해도 그냥 영업용 멘트인 줄 알았는데, 막상 뜯어보고 겪어보니 벽지 밑에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는 거라 전문가의 판단이 왜 필요한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다시 하라면 고민될 것 같은 주말의 기억
결국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그냥 두기로 했다. 살다 보면 또 익숙해지겠지 싶어서다. 만약 다시 하라고 한다면? 음, 글쎄. 그냥 조금 더 돈을 보태서 사람을 부를 것 같다. 그 끈적거리는 풀과의 사투, 그리고 작업이 끝난 후 온몸을 뒤덮은 뻐근함은 5만 원 정도의 가치와는 좀 맞바꾸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방 분위기는 좀 바뀌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확실한 건 당분간 벽지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할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방 문을 열면 덜 마른 풀 냄새인지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이게 언제쯤 완전히 사라질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엔 허리찜질이나 제대로 하고 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