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짐을 둔 채로 도배를 하게 되었다
결혼하고 몇 년 살다 보니 벽지에 아이가 그린 낙서며, 소파 뒤쪽으로 알게 모르게 생긴 곰팡이 자국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이참에 집 분위기를 좀 바꿔보려고 대구 수성구 근처 업체들을 알아봤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보통 도배를 하려면 짐을 다 빼야 한다는데, 당장 짐을 맡길 곳도 없고 이삿짐 보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결국 ‘짐 있는 상태 도배’가 가능한 곳을 찾기로 했다. 수성구 범어동 쪽 아파트라 주변에 도배 업체는 참 많았는데, 짐을 옮겨가면서 해줄 수 있다는 곳을 찾기가 의외로 힘들었다. 어떤 업체는 짐이 있으면 아예 못 하겠다고 딱 잘라 말했고, 또 어떤 곳은 견적을 너무 높게 불러서 고민이 깊어졌다.
견적 상담에서 느낀 현실적인 벽
대구 수성구 쪽 도배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다. 대략 24평형 기준으로 짐이 있는 상태면 보통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를 부르더라. 짐이 없는 상태보다 인건비가 더 붙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니 좀 멍해졌다. 전화 상담을 하는데 도배어때 같은 곳은 그래도 좀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 053-252-5500 번호로 연락해서 물어보니 단열벽지 제거가 관건이라고 했다. 사실 예전에 셀프로 붙여뒀던 단열벽지가 있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니까 벽지에 찰떡같이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 단열벽지 제거 비용만 별도로 더해진다는 말을 듣고, ‘그냥 내가 직접 뗄까’ 하는 헛된 고민도 잠시 했다.
도배 당일의 어수선한 풍경들
공사 당일 아침, 도배사님 두 분이 오셨는데 집안 꼴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셨다. 짐을 옮기는 것보다 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기존 벽지를 뜯어내는 게 일이었다. 소파랑 냉장고를 밀어가며 작업하시는데, 나까지 괜히 옆에서 쩔쩔매느라 진이 다 빠졌다. 아침 8시에 시작했는데 오후 3시가 넘어도 작은방 하나가 겨우 끝나는 걸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도배는 원래 이렇게 꼼꼼하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나 싶다. 벽지를 바르는 것보다 기존 벽지를 뜯고 면을 고르는 과정이 전체 시간의 70%는 차지하는 것 같았다. 거실에 짐이 쌓여 있으니 도배사님들도 작업 동선이 꼬여서 계속 미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생각지 못했던 곰팡이와 단열벽지의 문제
벽지를 뜯어내니 역시나 벽면 상태가 엉망이었다. 예전에 멋모르고 붙였던 단열벽지 자리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벽면은 습기를 먹어서 푸석푸석했다. 이걸 그냥 덮어버리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결국 업체에 추가 비용을 주고 초배 작업을 더 하기로 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예상 비용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그냥 벽지만 바르면 되는 거 아닌가’ 했던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이런 세세한 변수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준비를 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당장 벽지가 빨리 마르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아직도 거실 한복판에 남은 잔해들
도배가 끝나고 저녁에 집에 들어왔는데, 거실에 벽지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도배사님들이 뒷정리를 하고 가셨는데도, 짐을 옮기면서 나온 먼지며 쓰레기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짐을 제자리에 옮기는 건 오롯이 내 몫이었다. 무거운 책장을 다시 밀어 넣다가 바닥 장판이 살짝 찢어지는 사고까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짐이 있을 때 도배를 강행한 게 정말 잘한 결정이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당장 집은 깨끗해졌는데, 내 체력과 통장은 방전된 기분이다. 다음에 만약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땐 짐을 다 빼고 하거나, 아니면 아예 부분적으로만 할 것 같다.

짐을 옮기는 동안 쩔쩔매는 모습이 보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 걱정되네요. 벽지 상태가 원래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꼼꼼하게 하시는 게 좋겠어요.
벽지를 뜯는 과정에서 곰팡이 발견은 정말 예상 밖이었네요. 기존 벽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제 무상심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