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시내 지물포 몇 군데를 돌며 견적을 받아보았다
이번에 부모님이 살던 집을 조금 손보고 들어가기로 하면서 가장 먼저 걸렸던 게 벽지였다. 예전에 살던 15평도배비용 수준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근처 지물포 몇 군데를 찾아갔는데, 확실히 평수가 커지니까 견적 단위부터가 훅 달라졌다. 거제 지역이라 그런지 거제도배 업체를 수소문해 봐도 인건비나 재료비가 생각보다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물어본 곳에서는 대략 전체를 합지로 하면 얼마, 실크로 하면 얼마라고 대충 퉁쳐서 말해주는데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대략적인 25평도배비용 견적을 받아보니 부자재랑 인건비 합쳐서 180만 원에서 220만 원 선을 왔다 갔다 했다. 생각보다 비싼 도배가격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냥 셀프로 벽지부분도배를 해볼까 하는 객기가 잠깐 들었지만, 25평 집 전체를 혼자서 뜯어내고 붙인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지물포 사장님은 요즘 자재비도 많이 올랐고 인건비가 하루에 얼마씩 고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덤덤하게 말씀하시는데, 소비자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예산 초과라는 현실만 덩거리 남을 뿐이었다.
실크벽지와 합지 중에서 갈등하다 결국 타협한 지점
벽지 종류를 정하는 것도 일이었다. 전부 실크로 하자니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다 합지로 하자니 몇 년 못 가서 누렇게 변하거나 때가 탈 것 같았다. 특히 거실 벽면 한쪽에는 포인트실크벽지를 넣어서 조금 깔끔해 보이게 만들고 싶었고, 방들은 그냥 무난한 합지로 타협을 보기로 했다. 친구네 집 24평거실인테리어 구경하러 갔을 때 거실만 실크로 하고 방은 합지로 했다던 말이 생각나서 나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확실히 실크벽지가 시공해 놓으면 이음새도 덜 보이고 고급스럽긴 한데, 풀칠하고 말리는 과정이 까다로워서 그런지 시공비 차이가 꽤 났다. 방 3개짜리 집에서 안방이랑 작은방도배비용을 각각 따로 떼어내서 계산해 보니, 합지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전체 도배가격에서 몇십만 원은 세이브할 수 있었다. 그래도 거실만큼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간이라 벽지가 싸 보이면 집 전체 분위기가 칙칙해질 것 같아 거실 벽면만이라도 실크로 진행하기로 타협을 봤다. 이 과정에서 지물포 사장님과 조율하는 데만 거의 사흘이 걸렸다.
네바리 작업이 제대로 안 되어 울퉁불퉁해진 벽면
도배 당일 아침에 작업하시는 분들이 와서 기존 벽지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기존 벽지가 여러 겹 덧방되어 있어서 그거 뜯어내는 데만 한참이 걸렸고, 뜯어내고 나니 시멘트 벽면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거친 면을 메우고 벽지가 뜨지 않게 잡아주는 게 네바리 작업이라고 했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네바리를 꼼꼼하게 붙여야 나중에 벽지가 마르면서 평평하게 펴진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공사가 다 끝나고 이틀쯤 지나 벽지가 완전히 말랐을 때 자세히 보니, 거실 한쪽 벽면 구석과 안방 창문 아래쪽에 네바리 자국이 희미하게 줄이 가 있는 것처럼 툭 튀어나와 보였다. 불을 끄고 스탠드 조명만 켜두면 그 울퉁불퉁한 경계선이 더 도드라져 보여서 신경 쓰였다. 지물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벽지가 마르면서 당기는 힘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가라앉는다고 하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는 미세하게 튀어나와 있다. 하자를 잡겠다고 사람을 다시 부르자니 가구도 다 들어온 마당에 먼지 날리며 재시공하는 게 더 큰일이라 그냥 눈감고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거실과 안방 그리고 작은방도배비용이 따로 계산되는 과정
방마다 도배를 다르게 들어가다 보니 견적서가 아주 복잡해졌다. 거실은 포인트실크벽지를 썼고, 안방과 중간방은 일반 광폭 합지, 그리고 옷방으로 쓸 작은방도배비용은 가장 저렴한 소폭 합지로 계산을 나눴다. 이렇게 구역을 쪼개서 견적을 내니까 생각했던 25평도배비용 예산 안에서 간신히 맞출 수는 있었지만, 매번 계산서를 들여다볼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특히 작은방 하나 도배하는 데 들어가는 벽지 값은 얼마 안 되는데 인건비가 기본적으로 한 품이 들어가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었다. 면적이 좁다고 해서 시공비가 드라마틱하게 깎이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다 똑같은 벽지로 밀어버렸으면 자재 로스율이 적어서 더 저렴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도 들었다. 방마다 미묘하게 톤이 다른 벽지를 골라놓아서 그런지, 문을 열고 지나갈 때마다 통일감이 떨어지고 약간 좁아 보이는 느낌마저 들어서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개운하지가 않다.
미끄럼방지장판까지 같이 깔면서 늘어난 일정과 비용
원래는 도배만 하려고 계획했는데, 기존 장판을 걷어내고 보니 바닥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거실 쪽 장판이 많이 헐어 있기도 했고, 본가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데려와 같이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끄럼방지장판으로 교체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도배를 진행하면서 장판 시공까지 같이 의뢰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하루 만에 끝날 줄 알았던 공사 일정이 이틀로 늘어났다. 첫날은 도배 작업을 다 끝내고 벽지를 말린 다음, 둘째 날에 장판을 까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장판 역시 미끄럼 방지 기능이 들어간 제품은 일반 장판보다 두께도 두껍고 평당 가격이 훨씬 비쌌다. 도배와 장판을 동시에 진행하니까 비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안 그래도 타이트했던 예산은 완전히 초과되어 버렸다. 도배풀 냄새와 장판 본드 냄새가 섞여서 머리가 아픈 와중에, 장판 이음새 마감이 매끄럽지 않은 곳이 몇 군데 눈에 띄어 작업자분께 바로 보수를 요청하느라 꼬박 하루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서 있어야 했다.
공사가 끝나고 가구가 들어온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찝찝함
우여곡절 끝에 도배와 장판 시공이 모두 끝나고 가구들을 들여놓았다. 새로 도배한 벽지 덕분에 집이 한결 밝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가구가 배치되고 나니 정작 꼼꼼하게 골랐던 포인트 벽지는 장롱과 수납장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실크로 포인트를 주기보다는 그냥 무난한 합지로 통일할 걸 그랬다. 게다가 방문 틈새나 몰딩 주변에 덜 닦인 풀 자국들이 말라붙어서 하얗게 일어난 것을 볼 때마다 걸레를 들고 닦아내느라 며칠 동안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시공 당시에는 완벽해 보였던 미끄럼방지장판도 가구 무게 때문에 꾹 눌려 자국이 깊게 패이는 걸 보니 가슴이 쓰리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도 꽤 들였지만,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미세한 마감 불량들을 볼 때마다 과연 이 비용을 들여서 한 시공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실크벽지랑 합지 비교하면서 톤 차이 때문에 좁은 느낌 받는 거,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벽지 종류별로 톤이 달라서 신경 쓰이긴 하더라구요.
작은방 벽지 때문에 머리 아팠던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좁은 공간인데도 인건비 때문에 부담이 되긴 하네요.
거실 벽지 톤이 다른 게 오히려 공간이 더 좁게 느껴지네요.
25평도배비용 견적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