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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집 짐 옮겨가며 도배하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던 거실 벽지

집에서 지낸 지 4년쯤 지나니까 거실 한쪽 벽지가 아이들 장난인지 뭔지 조금씩 뜯겨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게 눈에 한번 들어오니까 볼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어차피 이사 갈 때까지는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하니까, 거창한 리모델링은 아니더라도 부분 도배나 한 번 할까 싶었다. 요즘은 뭐 ‘돋움 디자인’ 같은 업체도 있고 친환경 벽지도 많다길래 좀 알아보면 되겠지 싶었다. 생각해보면 참 안일했다. 거주 중인 집에서 도배를 한다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짐을 옮기는 과정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그때는 정말 몰랐다.

짐을 치우고 나니 보이는 곰팡이들

막상 업체를 불러서 견적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대략 10평 남짓한 공간인데도 거주 중이라는 이유로 인건비가 더 붙는다고 했다. 대략 7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를 부르는 곳도 있었다. 예전에 자취방 할 때는 그냥 혼자서도 대충 했었는데, 나이 들고 짐도 많아지니 이제는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일단 큰 짐들을 거실 중앙으로 밀어 넣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소파 뒤쪽을 밀어보니 벽지에 거뭇거뭇한 게 보였다. 결로 때문인지 곰팡이까지 피어 있었다. 그냥 겉에만 새로 붙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곰팡이 처리까지 하려니 일이 커졌다. 단순히 벽지만 새로 바르는 게 아니라 누수나 습기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벽지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인가 싶었다.

전문가의 손길을 믿었건만

도배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작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작업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후 늦게 끝났으니까.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벽지가 마르면서 팽팽하게 펴져야 하는데, 구석진 곳이 미묘하게 울퉁불퉁했다. 누군가는 도배하고 며칠 지나면 마르면서 펴진다고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그 부분은 여전히 신경 쓰였다. 다시 전화해서 AS를 요청했다. 왔던 분이 다시 와서 확인하더니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거다’라고 하는데, 솔직히 납득이 잘 안 됐다. 돈은 돈대로 주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는 기분. 인테리어 업계에서 AS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막상 내 상황이 되니 그 시스템이라는 게 얼마나 형식적인지 알 것 같았다.

장판까지 건드렸어야 했나

도배를 새로 하고 나니까 이제는 장판이 눈에 띄었다. 벽지는 하얗고 깨끗해졌는데, 장판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서 누렇게 변색된 게 도드라져 보였다. 장판까지 새로 하려면 짐을 또 다 옮겨야 하는데, 이건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처음에 다 같이 할 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들었다. 10평 남짓 도배하는 데 든 비용을 생각하면, 장판까지 포함해서 한꺼번에 했어야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당장 눈앞의 벽지 문제만 해결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모든 걸 계획적으로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나씩 고치다 보니 집 전체가 오히려 부조화스러운 느낌이 든다.

여전히 남은 찜찜함

지금은 일단 정리를 다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가끔 거실 구석을 보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꼼꼼하게 알아보고 더 비싼 업체를 불렀어야 했나, 아니면 그냥 뜯어진 채로 좀 더 버텼어야 했나.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윗집에서 누수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혹시 나중에 또 벽지에 얼룩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만 남았다. 거주 중 도배는 한 번 하고 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다. 깨끗해진 벽지를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왠지 개운치가 않다. 다음에는 그냥 이사 갈 때까지 참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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