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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 견적 문의하다가 결국 직접 장판을 고쳐보기로 했다

견적서 받아보고 놀랐던 기억

어느 날 문득 집 안을 둘러보는데 유독 낡은 장판의 모서리가 눈에 거슬렸다. 18평 정도 되는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제 슬슬 도배도 다시 하고 장판도 바꿔야 하나 싶어 몇 군데 연락을 해봤다. 을지로 인근 업체 몇 곳에 전화를 돌리고 문자로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생각보다 금액대가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몰딩 제거부터 실크 도배, 그리고 요즘 많이들 쓴다는 2.2T 이상의 고급 장판까지 견적을 뽑아보니 얼추 200만 원은 훌쩍 넘어가더라. 부엌이랑 욕실을 뺀 부분 공사인데도 말이다. 상담을 해주시는 분들은 다들 친절하셨지만, ‘이 정도 규모면 사실 인건비가 더 크게 차지해요’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을지로 건자재 매장을 기웃거리다

결국 직접 재료라도 사서 해볼까 싶은 무모한 생각이 들었다. 을지로 쪽은 도배나 장판지로 워낙 유명하니까 주말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 매장 안에는 샘플북이 정말 끝도 없이 많았다. 옅은 그레이 톤으로 할지, 아니면 요즘 유행한다는 우드 패턴으로 할지 한참 고민했는데, 매장 사장님은 그냥 가장 무난한 게 최고라며 몇 가지를 추천해주셨다. 10평 남짓한 거실과 방 하나를 커버할 만큼의 장판을 구매했는데, 가격은 30만 원 초반대였다. 업체에 맡겼을 때 들었던 견적의 1/5 수준이었다. 물론 내 노동력과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게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장판 롤을 차에 싣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무게가 상당해서 끙끙대며 옮기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것 같아 괜히 민망했다.

시공 시작, 생각보다 안 풀리는 일들

집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기존 장판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10년이 넘은 장판이라 그런지 바닥에 본드가 떡져 있어서 뜯어내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도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커터칼 하나랑 헤라 하나로 시작한 게 문제였다. 손목도 욱신거리고 먼지도 엄청나게 날렸다. 분명히 유튜브 영상에서는 슥슥 펴고 자르면 끝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벽면 모서리 마감이 도저히 깔끔하게 안 나왔다. 억지로 칼질을 하다가 장판을 짧게 잘라먹는 실수까지 했다. 다시 사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적당히 틈새 메우는 용도로 가려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마추어 같은 대처였지만, 그 순간에는 그게 최선이었다.

왜 전문가를 부르는지 알게 된 순간

혼자서 장판을 붙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장판이 온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한다는 점이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은 금방 울어버리고, 그늘진 곳은 팽팽해지니 균형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 현대L&C 같은 곳에서 나오는 기능성 제품들이 왜 비싼지 몸소 체감했다. 저소음 효과가 있다는 두꺼운 쿠션층 제품들은 무게도 훨씬 나가서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중간에 너무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는데, 돈 조금 아끼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은 회의감이 몰려왔다. 차라리 그 돈 주고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나머지를 붙였다.

끝났지만 찜찜한 마무리

이틀에 걸쳐 거실과 작은방 장판 시공을 마쳤다. 멀리서 보면 나름 깔끔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구석진 곳마다 칼질 자국이 엉망이다. 가구로 대충 가려놓기는 했는데, 가끔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그 틈새가 눈에 띄어 신경이 쓰인다. 다음에는 그냥 도배 정도만 전문가에게 맡기고 바닥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혹은 애초에 견적서를 받았을 때 그냥 마음 편히 맡기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장판을 밟을 때마다 약간씩 뜨는 느낌이 들어서 밟는 위치마다 소리가 난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손을 댔다는 점에서는 묘한 만족감이 남긴 하는데, 다시 하라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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