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넬 주택의 까다로운 벽면 때문에 고생했다
얼마 전 당진으로 이사 오면서 조립식 판넬로 지어진 집을 하나 얻었다. 겉보기엔 깔끔해 보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가운 금속 느낌이 싫어서 어떻게든 벽지를 발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지물포에 가서 적당히 두꺼운 벽지를 사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오판이었다. 판넬 벽은 일반적인 석고보드나 콘크리트 벽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표면이 매끈해서 풀이 잘 먹지 않기도 하고, 판넬 이음새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서 도배지를 붙여놓으면 그 틈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12평 남짓한 공간이라 도배 비용을 아껴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이게 일을 키운 격이 되었다.
지인벽지 고르다가 시간 다 보냈다
동네 근처 가게에서 추천받은 게 지인벽지였다. 화이트 벽지가 제일 무난할 것 같아서 골랐는데, 막상 펼쳐보니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펄이 들어간 거, 질감이 거친 거, 아니면 그냥 매끈한 거. 결정장애가 와서 한참을 서성였다. 가격은 대충 한 롤에 얼마 정도였는데, 24평 도배할 때 견적 받았던 것보다 싸게 먹힌다 싶어서 안심했다가, 나중에 풀이랑 부자재 사고 도구 몇 개 사니까 결국 비슷해진 것 같다. 특히나 풀을 농도 맞게 섞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너무 묽으면 줄줄 흐르고, 너무 되면 벽지에 잘 펴 발라지지가 않아서 붓질을 몇 번이나 다시 했다.
벽지 붙이다가 신경질 날 뻔한 순간들
가장 짜증 났던 건 도배지를 붙일 때였다. 혼자서 하려니까 벽지 무게를 버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천장 가까이 올리다가 벽지가 제멋대로 접히거나 자기들끼리 엉겨 붙으면 정말 한숨부터 나왔다. 특히 조립식 판넬 특유의 요철 때문에 벽지가 우는 구간이 생겼다. 나중에 보니까 어떤 곳은 들떠 있어서 공기가 뽕긋하게 차 있더라. 이걸 다 뜯어내고 다시 할지, 아니면 그냥 대충 바늘로 구멍을 내서 공기를 뺄지 고민하다가 결국 바늘로 쿡쿡 찔렀다. 지금도 햇빛 잘 드는 오후가 되면 그 자국이 살짝 보인다. 보일 때마다 괜히 찝찝하다.
도배는 결국 숙련도가 중요한 것 같다
중구 집수리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으면 좀 나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3일 동안 도배지 종류 배우고 실습한다던데,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생각하면 그 정도 교육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벽지 바르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왜 그렇게 빠른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나는 한 면 붙이는 데 한 시간 넘게 쩔쩔매고 있었는데, 옆에서 보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작업하는 동안 창문을 열어놨는데, 장마철이라 습기 때문에 벽지가 마르는 것도 한참 걸렸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벽지를 보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하고 있나 싶었다.
아직도 벽 한쪽은 미완성인 채로 남았다
결국 거실 한쪽 벽은 다 붙였는데, 다용도실 연결되는 코너 부분은 영 마무리가 안 된다. 벽지 끝부분이 자꾸 말려 올라와서 지금은 대충 테이프로 붙여놓은 상태다. 거실에 카페트 하나 깔아두면 시선이 분산돼서 잘 안 보일 거라고 위안하고 있지만, 사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그 코너가 제일 먼저 보인다. 나중에라도 제대로 하려면 아예 뜯어내고 다시 해야 할 텐데,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 도배는 정말 남이 해주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온몸으로 배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어쩌겠나. 이대로 살다가 정 거슬리면 그땐 사람을 부르든가 해야지.

풀 농도 조절 진짜 어려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공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