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집 벽지 들뜸이라는 뜻밖의 불청객
이사 온 지 3년 차인데 거실 한쪽 벽면에서 벽지가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살짝 울었나 싶어서 손으로 꾹꾹 눌러주기만 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틈이 벌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벌어졌다. 집주인에게 연락하자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수리해달라고 했다가 나중에 계약 만료 때 무슨 소리를 들을까 싶어 혼자 고민만 쌓여갔다. 성남도배 업체들을 몇 군데 검색해봤는데, 고작 벽지 조금 들뜬 것 가지고 사람을 부르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사실 이 동네 근처 광주도배업체 몇 곳에 전화해봤더니, 벽지 한두 폭만 부분적으로 보수하는 건 안 하거나 아니면 전체 도배 비용이랑 거의 맞먹는 견적을 부르더라. 대략 29평 도배 비용으로 전체 다 하면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은 훌쩍 넘어가는데, 고작 들뜬 거 때문에 이 돈을 쓰기엔 너무 아까웠다.
견본 책자만 보다 지쳐버린 오후
결국 집 근처 인테리어 자재상을 찾아갔다. 가서 실크벽지라도 한 롤 사서 어떻게든 직접 해결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종류가 정말 너무 많았다. LX하우시스나 벨마스 같은 이름들이 적힌 두꺼운 견본 책자를 보는데, 다 거기서 거기 같아도 조명 아래에서 보면 느낌이 확 달랐다. 포인트 벽지 인테리어니 뭐니 하면서 이것저것 추천해주시는데, 사실 지금 내 눈엔 그게 다 짐처럼 느껴졌다. 벽지 한 롤에 대략 3~5만 원 정도 하는데, 이걸 사서 풀 바르고 도구 챙기고 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았다. 거기 계신 분이 “들뜸 현상은 습기 때문일 가능성이 커요”라고 무심하게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다 귀찮아졌다. 어차피 전세라 조금 살다가 나갈 건데 내가 이걸 왜 고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풀 바르고 떼어내다 포기한 순간
집에 돌아와서 결국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주사기에 풀을 넣어서 벽지 뒤로 밀어 넣고 롤러로 밀면 된다길래,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롤러랑 풀을 사 왔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벽지 안쪽 시멘트 벽면 상태가 엉망이었다. 예전에 누가 대충 덧방을 한 건지, 벽지가 찢어지고 가루가 떨어지면서 작업이 전혀 안 됐다. 오히려 멀쩡하던 옆부분까지 벽지가 더 너덜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 정말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했다. 그냥 놔둘 걸 그랬나. 3년 동안 쌓인 먼지가 떨어지고 손에는 풀이 묻어서 끈적거리는데, 아차 싶었다. 전문가들이 왜 부분 수리를 꺼리는지 그제야 이해가 가더라. 밑작업이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붙이는 건 그냥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비용과 시간 사이의 애매한 결론
결국 그날 밤은 그냥 대충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고 테이프를 붙여서 벽지가 더 내려앉지 않게 임시 고정만 해뒀다. 꼴 보기 싫긴 한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도배 업체 몇 곳에 문자를 남겨봤다. ‘부분 보수 가능한가요?’라고 물으니 읽씹 당하는 게 태반이었다. 가끔 답장 오는 곳은 최소 작업 비용이 2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겨우 벽지 한 폭 들뜬 것 때문에 20만 원을 쓰느니, 그냥 좀 더 버티다가 이사 갈 때 장판이랑 같이 도배비를 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참, 도배장판 시공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지금은 그냥 액자를 하나 크게 사서 가려놓을까 고민 중이다. 아트월 벽지 근처라 인테리어 효과도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에는 인테리어라는 게 그냥 보기 좋은 것만 골라서 붙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살면서 고치려고 보니 벽지 하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어제는 근처 인테리어 업체 부스에 들러서 살짝 물어보니, 신축 3년 차면 원래 벽지 들뜸이 흔하다고, 그냥 그러려니 살라고 하더라. 그 말이 위로가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귀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들뜬 벽지를 한번 슥 보고는 그냥 불을 껐다. 내일은 좀 나아지려나.

벽지 상태 보수하려다 보니 벽면이 더 망가진 것 같네요. 정말 답답한 상황 같아요.
습기 때문에 들뜬 게 맞네요. 저도 전세집에 오래 살면서 벽지 문제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