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사고 친 날의 기록
우리 집 강아지가 사고를 쳤다. 현관 복도 쪽에 있는 벽지를 야무지게 뜯어놨는데, 이게 처음엔 작은 구멍이었는데 며칠 방치하니까 아주 장관이 따로 없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종이 같은 걸로 가릴까 싶었는데,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사람을 부르자니 방 하나 전체를 다 해야 할 것 같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내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냥 업체 부르라고 하는데, 왠지 이 작은 면적 때문에 수십만 원을 쓰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방산시장에서 벽지를 사 올 때의 기분
결국 주말에 시간을 내서 방산시장 쪽으로 나갔다. 예전에도 여기 몇 번 와본 적은 있는데, 도배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 풍경이 왠지 모르게 긴장감을 준다. 사장님들은 다들 베테랑이라 내가 가서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한숨부터 쉬실 것 같아서, 그냥 묵묵히 합지 벽지를 골랐다. 사실 실크벽지랑 고민을 좀 했는데, 실크는 초배지 작업도 해야 하고 나처럼 초보자가 손대기엔 난이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냥 가장 만만한 합지로, 최대한 비슷한 색깔을 찾으려 애썼다. 롤 하나에 몇 만 원 안 하는 돈이었지만, 이걸 들고 버스를 타고 오는데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보니까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벽지가 우리 집 벽이랑 아주 미세하게 톤이 달라서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벽지 뜯어내다가 지쳐버린 오후
문제는 뜯는 거였다. 기존 벽지를 제거하고 새로 붙여야 한다고 어디서 주워들어서, 물을 적셔가며 열심히 긁어냈다. 이게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다. 석고보드가 드러날 때까지 뜯어내야 한다는데, 하다 보니까 안 뜯기는 부분이랑 뜯기는 부분이 섞여서 벽면이 울퉁불퉁해졌다. 여기서부터 왠지 일이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벽지 바르는 것보다 이 기초 작업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냥 겉에 덧붙일 걸 그랬나 싶다가도, 곰팡이가 피어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오후 3시쯤 시작했는데 해가 다 질 때까지 뜯어내기만 했다.
풀 바른 벽지라면 쉬울 줄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본 만능 풀바른 벽지는 진짜 편해 보였다. 내가 직접 풀을 믹스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할 것 같았다. 막상 시공을 시작하니 풀 냄새가 거실에 진동을 했다. 벽지를 펼칠 때마다 어디든 끈적거리고, 내 손은 이미 풀범벅이 되어 있었다. 벽지 끝을 맞추려고 하면 윗부분이 밀리고, 윗부분을 맞추면 아랫부분이 접혔다. 혼자서 140cm 광폭 합지를 붙이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특히 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은 어떻게 마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대충 잘라 넣었다. 지금 보면 그 부분이 가장 티가 난다. 완벽하게 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벌써 어딘가로 사라지고, ‘이 정도면 됐다’라는 타협만 남았다.
아직도 찜찜한 벽면 마감 상태
다 마르고 나서 보니 확실히 처음보다는 깨끗해졌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벽지가 살짝 겹친 부분이 보이고, 울퉁불퉁한 곳도 군데군데 있다. 누군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벽부터 쳐다볼 것 같아서 괜히 그 앞에 화분이라도 하나 둬야 하나 고민 중이다. 전문 도배하시는 분들은 정말 쉽게 슥슥 붙이던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었나 싶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절대 스스로 안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또 막상 견적을 받으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이 정도면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벽지 붙이는 거 정말 쉽지 않네요. 겹쳐지는 부분 때문에 계속 찜찜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