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히 거실 벽지 색깔만 좀 바꿔볼 생각이었다. 요즘 말하는 이른바 ‘반테리어’라고 해서, 큰 공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직접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평촌도배 업체를 몇 군데 알아보다가 문득 방산시장까지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면 더 싸게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방문한 방산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수많은 가게들이 다들 자기네 실크벽지가 최고라고 하니, 사실 뭐가 좋은지 구분도 잘 안 갔다. 예산은 대략 20평 기준으로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 생각했는데, 실제 견적을 받아보니 부자재 값에 인건비까지 붙어서 예상보다 훌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풀바른 벽지는 정말 편리할까
결국 인건비를 좀 아껴보겠다고 ‘풀바른 실크벽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오리역 근처 어디쯤에서 풀을 발라서 판다는 소문을 듣고는 거길 가볼까 했는데, 막상 짐을 옮기는 것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온라인 주문으로 마음을 돌렸다. 풀이 미리 발라져서 오니 편하긴 하겠지만, 배송받자마자 바로 붙이지 않으면 다 말라버린다는 주의사항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20평 도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내 시간과 체력을 다 잡아먹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막상 주문하려고 보니 실크벽지 특유의 두께감 때문에 초보자가 붙이기는 까다롭다는 글들이 많아서 망설여졌다.
천장 도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벽면은 어떻게든 붙여보겠는데, 천장은 정말 엄두가 안 났다. 천장 도배 비용을 따로 물어보니 벽면보다 인건비 비중이 훨씬 높았다. 목이 빠져라 위를 쳐다보며 작업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견적을 듣고 나니 이걸 직접 할 수 있을까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사실 천장이 깔끔하지 않으면 아무리 벽면을 잘 붙여놔도 티가 난다는데,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나중에 다 울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만 늘었다. 근처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천장은 그냥 사람 부르라고 말한다. 결국 가장 힘든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직접 하는 꼴이 될까 봐 시작조차 못 하고 서성이고 있다.
장판은 또 다른 숙제였다
벽지를 골랐더니 이번엔 장판이 문제였다. 벽지랑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건 둘째치고, 장판 견적을 받아보니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예전처럼 그냥 누런 장판 위에서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싼 패브릭 소재로 바꾸기엔 예산이 한참 모자랐다. 상담을 해주는 사람들은 다들 실크벽지에는 조금 톤이 낮은 장판을 써야 집이 넓어 보인다고 하는데, 막상 샘플을 집에 가져와서 대보면 조명 때문에 색이 영 다르게 보였다. 오전 10시에 샘플을 보고 오후 2시쯤 되면 다시 색이 바뀌어 보이는 현상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마음
결국 무진장지사에서 하는 농촌 집 고쳐주기 봉사활동 기사를 보면서, 전문가들은 왜 저렇게 쉽게 뚝딱 해내는 걸까 하는 부러움만 생겼다. 그들은 공사 직원들이랑 협력업체가 팀을 이뤄서 하니까 당연히 빠른 거겠지. 나 혼자서 퇴근하고 조금씩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안일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집에 쌓여있는 인테리어 자재 샘플북만 벌써 5권째다. 벽지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많은 고민을 동반하는 일이었나 싶다. 다음 주에는 일단 짐이라도 조금씩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할 텐데, 벌써부터 허리가 아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쩌면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처음부터 전체 다 맡기는 게 정신 건강에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아주 조금 든다.

벽지 샘플 색깔이 조명 때문에 진짜 다르게 보였어요. 집 구조에 따라 색이 확 바뀌는 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풀을 미리 발라놓은 벽지, 배송받자마자 바로 붙이면 마르는 문제 때문에 오히려 더 신경 쓰게 되네요.
풀을 발라진 벽지, 배송받자마자 붙이지 않으면 말라버린다는 점이 걱정되네요. 꼼꼼하게 관리해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풀 바른 벽지 배송 때문에 걱정되네요. 저도 온라인으로 주문할 때 비슷한 걱정을 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