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전문가를 불렀어야 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처음엔 정말 쉽게 생각했다. 전주에 있는 작은 원룸 방 하나, 그것도 벽지 4평 정도만 새로 하면 되는데 굳이 돈을 써야 할까 싶었던 게 화근이었다.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해보니 합지 시공은 20만 원 초중반대면 한다고 하던데, 사실 통장에 여유가 없던 터라 그 금액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동네 철물점에서 적당히 저렴한 벽지를 사고, 풀 바른 벽지를 주문하면 10만 원 안쪽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짐을 치우는 것부터가 고난이었다
도배라는 게 단순히 벽지를 바르는 게 아니었다. 기존 벽지를 제거하는 게 진짜 시작이다. 벽지를 뜯어내는데 생각보다 밑작업이 너무 엉망이었다. 예전에 살던 사람이 덧방을 몇 번이나 한 건지, 벽지를 뜯어도 뜯어도 끝이 없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뜯겨 나간 종이 가루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청소기 필터는 금방 막혔고, 도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졌다. 뜯어낸 벽지를 담을 봉투를 찾는 것조차 번거로운 일이었다. 4평 남짓한 공간인데, 왜 이렇게 넓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천장까지 건드린 것이 실수였다
벽만 할 걸 그랬다. 천장은 정말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힘들었다. 의자에 올라가서 팔을 위로 뻗고 한참을 씨름하다 보니 어깨랑 목이 다 나가는 줄 알았다. 특히 모서리 부분에 벽지가 딱 맞게 들어가지 않아서 칼질을 수십 번 반복했는데, 결국 벽지가 찢어지고 울퉁불퉁해졌다. 실크도배는 엄두도 못 내고 합지로 했는데, 합지는 겹쳐서 붙여야 해서 그 선이 너무 도드라져 보였다. 중간중간 풀이 너무 많이 발린 곳은 축축하게 젖어서 며칠이 지나도 마르지 않았다.
시간과 비용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
작업 시간만 따지면 꼬박 이틀이 걸렸다. 주말 내내 방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시간을 보냈는데, 결과물은 전문가들이 해놓은 것과 비교하면 정말 참담했다. 특히 콘센트 구멍 맞추는 게 제일 어려웠다. 그냥 마음 편하게 전문가를 불렀더라면 20만 원 언저리에 깔끔하게 끝났을 일인데, 내 노동력과 시간을 합치면 사실상 돈을 더 많이 쓴 셈이다. 도배 기술자들이 왜 돈을 받는지, 그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돈이 부족해지면 묘하게 고민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
결국 시공을 마치고 나니 곳곳에 미흡한 점이 눈에 띈다. 벽지 끝부분이 들떠 있는 곳도 있고, 풀 자국이 닦아도 닦아도 하얗게 남았다. 햇빛이 들어오는 낮에 보면 더 가관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내가 저지른 일인 것을. 누군가 나에게 방 하나 도배를 직접 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조건 말리고 싶다. 그 시간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실제 주머니 사정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물론 다시 도배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거니까.

벽만 하는 게 훨씬 쉬웠을 것 같아요. 천장에 떼어낸 벽지 조각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거 보니까 마음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