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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를 새로 바르는데 왜 내 마음까지 깎여나가는 기분인지

부르는 게 값이라던 도배 견적의 세계

이사 날짜가 다가오면서 제일 고민했던 게 도배였다. 사실 처음엔 셀프 도배를 해볼까 싶었다. 유튜브를 보면 다들 척척 바르길래, 붓이랑 풀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익산이랑 동탄 쪽에 있는 업체 몇 곳에 전화를 돌려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직접 하면 며칠이 걸릴지도 모를 일을 전문가들은 반나절 만에 끝낸다는데, 그 인건비가 벽지 값보다 몇 배는 더 높았다. 요즘 자재값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평당 부자재 가격만 50%가 뛰었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섣불리 뭘 사기도 무서웠다. 결국 견적을 낼 때도 ‘디아망’ 같은 프리미엄 벽지는 아예 후보에서 빼버리고 적당한 실크 벽지로 타협을 했다.

견적서에서 보이지 않던 퍼티 작업의 실체

견적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미묘했다. 어떤 사장님은 벽면 상태를 보지도 않고 평수만 듣고 얼마를 부르는데, 마치 정해진 숫자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퍼티’ 작업이 추가되면 비용이 확 뛴다는 소리에, 그냥 대충 기존 벽지 위에 바르면 안 되냐고 물었다가 핀잔만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벽면이 평평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엉망이 된다고 했다. 단순히 예산을 아끼는 문제가 아니라 나중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과정이라는 건 알겠는데, 내 집도 아닌 전세집에서 이렇게까지 돈을 들여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며칠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1.8T 장판과 실크 벽지 사이의 괴리

사실 벽지를 실크로 하고 나니 장판이 문제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 1.8T 장판을 깔기로 했는데, 막상 벽지랑 매치해보니 뭔가 붕 뜬 느낌이 들었다. 도배사 아저씨가 오셔서 벽지를 바르는 모습을 보는데, 생각보다 작업 과정이 정말 고됐다. 예전에 본 어떤 기사에서 외국인 도배사가 주인한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어봤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마음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묵묵히 풀칠하고 각을 잡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집이라는 게 단순히 잠자는 공간을 넘어 내 마음의 불안을 투영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배가 깔끔하게 되면 내 마음도 좀 나아질까 싶어서 괜히 옆에서 서성거렸다.

결국 타협하게 되는 인테리어의 끝

전체 인테리어를 다 갈아엎을 수도 없고, 딱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고치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싱크대 필름지 붙이는 거랑 조명 교체까지 다 하려니 예산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났다.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느냐가 실력이라는데, 나는 결국 욕실이랑 싱크대는 그냥 두기로 했다. 위생 상태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을 다 써버리면 이사 가서 정작 필요한 가구들을 채우지 못할 것 같았다. 어차피 100% 만족하는 집은 없는 것 같다.

끝나고 나니 남는 묘한 공허함

도배가 끝나고 방 안 가득 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창문을 다 열어두고 멍하니 하얗게 바뀐 벽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게 다 끝난 걸까 싶으면서도, 나중에 가구를 들이고 나면 또 다른 흠집이 생기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몸은 몸대로 힘들고. 정작 가장 중요한 건 이 공간 안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느냐일 텐데 말이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아마 다음에 또 이사를 가게 된다면, 그냥 누가 해주는 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다. 처음의 의욕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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