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거실 벽면 한쪽이 결로 때문인지 곰팡이가 살짝 피어서, 큰맘 먹고 도배를 새로 하기로 했다. 다들 도배는 방산시장이 제일 싸고 물건도 많다고 하길래 주말 아침 일찍 차를 끌고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건 정신없음 그 자체였다. 좁은 골목마다 인테리어 자재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처음에는 그냥 가서 예쁜 벽지 고르고 시공 날짜 잡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벽지 샘플북이 수십 권씩 쌓여 있는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크벽지와 합지의 미묘한 차이
가게 사장님은 다짜고짜 ‘실크로 할 거냐 합지로 할 거냐’부터 물으셨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냥 ‘비싼 거’랑 ‘싼 거’ 정도의 차이뿐이었다. 실크벽지가 내구성이 좋고 나중에 닦기도 편하다는 건 알겠는데,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꽤 났다. 20평대 거실 기준이라 견적을 대충 물어보니 합지는 40만 원대, 실크는 60만 원을 훌쩍 넘겼다. 고민하다가 기왕 하는 거 실크로 하자 싶었는데, 또 색상을 고르는 게 일이었다. 조명 아래서 보는 거랑 실제로 벽에 붙였을 때 느낌이 다르다는 사장님 말에 괜히 더 예민해졌다. 어떤 건 너무 회색빛이 돌고, 어떤 건 또 너무 노랗고. 한 시간 넘게 샘플북만 넘기다가 결국 제일 무난한 화이트 톤으로 골랐는데, 이게 잘한 선택인지 지금도 가끔 벽을 볼 때마다 의문이다.
시공 당일의 당혹스러운 순간들
시공하기로 한 날, 아침 8시부터 도배사분들이 오셨다. 짐을 미리 옮겨두긴 했지만 생각보다 짐이 많아서 죄송할 지경이었다. 벽지를 뜯어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마음도 같이 뜯기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벽지 자체보다 그 밑에 있는 초배지였다. 곰팡이가 있던 자리는 겉만 닦는 게 아니라 아예 벽지를 뜯어내고 보수까지 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먼지가 엄청나게 날렸다. 분명히 문을 닫아두었는데도 온 집안이 뿌옇게 변하는 걸 보면서 ‘그냥 살 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잠시 들었다. 중간에 점심 드시러 나가실 때 잠깐 확인해봤는데, 벽지가 들뜬 부분은 없는지 계속 신경이 쓰여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과물에 대한 묘한 찜찜함
오후 4시쯤 작업이 끝났는데, 젖어 있는 벽지를 보면서 사장님이 ‘며칠 지나면 팽팽해지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며칠 뒤에 벽지가 다 마르고 나니, 군데군데 이음매가 미세하게 눈에 띄는 곳이 생겼다. 물론 멀리서 보면 깔끔해 보이는데, 습관처럼 그 부분만 쳐다보게 된다. 벽지 색상도 처음에 가게에서 봤을 때랑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업체 분들이야 매일 하는 일이라 당연히 잘하시겠지만, 내가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다음에는 무조건 전문가가 하라는 대로 따라야지 싶으면서도, 돈 들인 만큼 완벽하지 않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대체 뭘까. 아마 다음에는 도배라는 걸 아예 안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벽지 색상 때문에 고민하느라 정말 힘들었겠어요. 제가 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감정에 깊이 공감합니다.
샘플북 넘기다가 결국 흰색으로 골라놓고도, 벽을 보면 아직도 색깔이 조금 다른 것 같아서 신경 쓰여요.
실크벽지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더라구요. 특히 조명에 따라 색깔이 달라 보이는 게, 결국 제일 무난한 색으로 골라버렸네요.
색상 고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조명 아래와 실제 벽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고민이 많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