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을 팔아보겠다고 무작정 나선 날
처음에는 그냥 동네 인테리어 업체 몇 군데 돌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 높아서 당황스러웠다. 대충 24평형 아파트 도배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실크벽지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며칠 전부터 지인들에게 계속 들었다. 인테리어 부자재 가격이 15%에서 20%까지 올랐다는 뉴스를 봤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 싶었는데, 막상 내 통장 잔고를 생각하니 그게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 결국은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방산시장 도배 매장들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그게 정말 ‘신의 한 수’가 될 줄 알았다.
실크벽지 샘플 책자의 늪
막상 시장에 도착하니 매장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들어가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한 곳에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툭 던져주는 샘플 책자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실크 벽지랑 합지 벽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데, 사실 눈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를 모르겠는데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합지는 뭔가 모르게 빈티가 날 것 같고, 실크는 관리하기 편하다고 하니 또 흔들리고. 한 30분 정도 고민했나. 결국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실크로 가기로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잘한 결정인지 가끔 의문이 든다. 방산시장 장판 가격까지 슬쩍 물어봤는데, 거기서도 2.2t 제품이 제일 무난하다고 해서 결국 고민 끝에 한꺼번에 결제했다. 견적서에 적힌 숫자를 보는데 손이 살짝 떨렸던 기억이 난다.
살고 있는 집 도배라는 현실적인 문제
빈집이면 차라리 편했을 텐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우고 도배를 하는 게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었다. 짐을 옮기는 건 둘째치고, 벽지에 붙어있는 기존의 낡은 벽지를 뜯어내는 작업 소리가 온종일 귀를 때렸다. 아침 일찍 오신 작업자분들이 짐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한숨을 쉬시는데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파트 도배 시공은 원래 이렇게 정신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다 되었을 때 즈음, 잠시 짬을 내어 근처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다 드렸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찝찝함은 가시질 않았다. 짐이 많아서 벽면을 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늦게 끝난 하루
오후 6시면 끝날 줄 알았던 공사가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에 풀 자국을 닦아내고 바닥을 정리하는데, 정말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처음 계획했던 예산보다 부자재 값이 오르면서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돈이 더 들어갔는데, 결과물을 보니 그냥 만족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운정도배 업체들을 몇 군데 더 알아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아주 조금 남지만, 이미 끝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벽지가 다 마르고 나면 조금 더 깔끔해 보이겠지 싶다가도, 구석진 곳에 덜 마른 벽지 자국을 보면 다시금 마음이 불안해진다.
아직도 조금은 찜찜한 도배 후기
이제 며칠 지났다고 슬슬 익숙해지기는 하는데, 가끔 거실 벽면을 보면 왜 합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크 벽지 특유의 질감이 처음에는 고급스러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벽지로 보인다. 도배라는 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업체마다, 그리고 누가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에 또 도배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그냥 업체에서 권하는 대로 맡기는 게 제일 속 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몸은 몸대로 축나고, 마음은 마음대로 불안했던 며칠이었다.

실크벽지 질감 때문에 처음엔 꽤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벽지처럼 느껴지네요. 특히 꼼꼼하게 뜯어내는 과정이 힘들었겠어요.
실크벽지 가격 때문에 마음이 많이 쓰이네요. 특히 인테리어 부자재 가격 상승 뉴스 때문에 더 부담될 것 같아요.
실크벽지 질감 때문에 합지 생각하는 게 이해가 되네요. 작업하면서 벽면 꼼꼼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도 공감합니다.
실크 벽지 샘플 책자가 그렇게 무거웠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가격 차이도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더 고민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