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전부 뜯어내야 할 줄은 몰랐다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가니 눈에 밟히는 곳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특히 현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거실 벽면이 문제였다. 고양이가 긁어놓은 자국도 자국이지만, 습기 때문인지 벽지 끝부분이 들떠서 보기 흉했다. 거창하게 전체 도배를 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거슬리는 부분만 어떻게 해보고 싶었다. 시흥도배 업체 몇 군데 전화를 돌려봤는데, 역시나 이런 소규모 공사는 인건비 맞추기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금천구도배 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차라리 자재를 직접 사서 해보는 게 낫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주말에 무작정 동네 지물포에 들러 벽지를 몇 롤 사 왔다. 처음에는 그냥 덧방(기존 벽지 위에 새로 바르는 것)을 할까 싶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아래쪽 곰팡이 냄새가 올라와서 결국 다 긁어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결정을 내리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풀 바른 벽지라고 다 같은 게 아니더라
요즘은 온라인에서 ‘풀 바른 벽지’라는 걸 많이 판다. 나도 고민하다가 그냥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물 보고 골랐는데, 이게 실수였나 싶기도 하다. 벨마스 같은 유명한 고급벽지 라인업을 구경할 땐 예뻐 보였는데, 막상 우리 집 좁은 원룸 벽에 대보니 생각보다 색감이 너무 튄다. 3만 원 남짓한 가격이라 큰 부담은 없었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풀이 묻은 벽지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혼자서 높이 2미터 넘는 벽면에 벽지를 붙이는 건 거의 서커스에 가까웠다. 한쪽을 맞추면 반대쪽이 밀리고, 팽팽하게 당기려고 하면 중간에 공기 방울이 잡혀서 도무지 펴지질 않았다. 유튜브에서는 슥슥 쉽게 하던데, 왜 내 손만 끈적거리기만 하고 진도가 안 나가는지 모르겠다.
이음새 마감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가장 고생했던 부분은 역시 이음새다. 조금이라도 겹치면 티가 나고, 떼려 하면 벽지가 찢어진다. 150여 종의 자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쇼룸 같은 곳에 갔더라면 더 예쁜 걸 골랐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끝부분을 제대로 밀착시키지 못해서 어설프게 들뜬 상태로 마무리했다. 당일 도배가 왜 기술자의 영역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5시간 동안 낑낑거리며 의자 위에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했더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사실 예전에는 거제도도배 현장 보조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어서 자신만만했는데, 막상 내 집, 내 좁은 공간에서 하려니 시야도 안 나오고 벽지도 제멋대로 움직였다.
결과물은 묘하게 어색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작업을 끝내고 불을 끄고 보니, 조명 아래서 벽지 텍스처가 조금 이질적이다.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울퉁불퉁한 게 다 티가 난다. 집주인이 나중에 이 자국을 보고 뭐라고 할까 싶은 걱정도 잠시 들었다. 반려동물 흠집 때문에 보증금 가지고 실랑이하는 글들을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내 손으로 한 이 어설픈 보수가 오히려 나중에 짐이 되진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미 어질러진 거실을 보니 다시 뜯어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당분간은 액자라도 큰 걸 걸어서 가려볼까 생각 중이다. 며칠 지나서 벽지가 쫙 펴지면 조금 나아지겠지 싶다가도,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시 들뜰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래도 어쨌든 지저분한 곰팡이 자국은 안 보이니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직접 했다는 것에서 오는 묘한 만족감과 함께, 다시는 내 손으로 도배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동시에 든다.

벽지 텍스처가 이질적인 게, 한쪽만 새로 칠하려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소요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벽지 무게 때문에 서커스 같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유튜브 영상만 보고 도전하는 건 정말 위험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