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다 똑같은 줄 알았던 벽지 고르기
거의 10년 만에 하는 도배였다. 이사 오기 전에 대충 살다가, 벽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때가 타서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일을 벌였다. 처음엔 그냥 대충 하얀색이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샘플북을 보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합지니 실크니 용어도 낯설고, 가격 차이도 꽤 났다. 30평대 아파트 전체 도배를 알아보니 실크 벽지로 하면 100만 원은 우습게 넘어가고, 상황에 따라 자재비가 꽤 오른다는 말을 들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인터넷에서 보는 깔끔한 인테리어 사진들은 다 예뻐 보였는데, 막상 내 예산 안에서 고르려니 ‘적당히 타협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결국 무난한 화이트 톤으로 골랐는데, 이게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때는 몰랐다. 양재동이나 용인 쪽 아는 도배 업체들 견적도 다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가격 폭이 커서 당황했다. 누구는 부자재 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누구는 인건비가 다라고 하니 내가 뭘 아나 싶어 그냥 적당히 중위권 견적을 부르는 곳으로 정했다.
도배 당일의 어수선함과 소음
공사 당일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도배사 세 분이 오셔서 기존 벽지를 뜯어내기 시작했는데, 벽지를 벗겨내자마자 나타난 벽면 상태가 꽤 심각했다. 곰팡이 흔적도 보이고, 무엇보다 10년 전 인테리어 할 때 제대로 안 떼어낸 초배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제거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옆에서 지켜보는 게 좀 눈치 보여서 거실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먼지가 워낙 많이 날려서 계속 기침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날 줄 알았는데, 밤 8시가 넘어서야 정리가 마무리됐다. 실크 벽지는 종이 벽지랑 다르게 이음새 부분에 실리콘 처리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 작업을 할 때 도배사분들의 표정이 정말 진지해서 말을 걸기도 어려웠다. 그때 마신 캔커피가 서너 개는 쌓였던 것 같다.
마르고 나서 드러난 실체들
도배 직후에는 벽지가 쭈글쭈글해서 ‘이게 맞나’ 싶었다. 물기가 마르면서 펴질 거라는 말을 믿고 이틀 정도 문을 꼭 닫아두었다. 그런데 다 마르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보였다. 벽면 구석마다 미세하게 뜬 부분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이음새 부분이 울퉁불퉁해 보였다. 특히 거실 아트월 근처는 뭔가 깔끔하게 이어지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업체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벽지가 마르면서 수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전문가가 아닌 내 눈에는 그냥 꼼꼼하지 못하게 시공된 것처럼 보였다. 다시 와서 봐달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이미 잔금을 다 치른 상태라 뭘 어떻게 더 요구하기도 껄끄러웠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찝찝함
도배한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어떤 부분은 벽지가 벽에 딱 달라붙지 않고 살짝 들떠 있는 게 느껴진다. 여름이라 습도가 높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까 말한 부자재 문제가 진짜였는지 알 길이 없다. 실크 벽지가 원래 관리가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쓰일 줄 알았으면 그냥 합지로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보다 훨씬 밝아졌지만, 가끔 TV를 보다가 벽면을 보면 이음새 부분이 자꾸 신경 쓰인다. 누구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고, 누구는 시공 불량이라고 하는데, 다시 업체를 불러서 확인받는 과정 자체가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다. 결국은 내가 처음 고른 벽지 탓도 아니고, 도배사 탓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살고 있다.
그냥 적당히 살기로 했다
완벽한 인테리어란 게 애초에 없는 것 같다. 벽지를 새로 하고 나니 이번엔 몰딩 색깔이 너무 올드해 보여서 그걸 또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배 하나 바꾸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작업인 것 같다. 30평대 도배장판 비용을 처음 알아볼 때 생각했던 예산을 이미 살짝 넘겼는데, 여기서 더 뭘 하겠다는 건 사치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당분간은 이 상태로 지내보려고 한다. 다음에 또 도배할 일이 있다면, 그때는 정말 꼼꼼하게 알아보고 해야지 싶다가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똑같이 고민만 하다가 지칠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좀 더 돈을 주더라도 이름 있는 업체에 맡길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지만 사실 그게 정답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무슨 말씀이신지, 꼼꼼한 시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벽지 종류별 관리법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