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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집 짐 옮겨가며 도배하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줄이야

짐을 빼도 빼도 끝이 없던 전날 밤

솔직히 처음에는 좀 만만하게 봤다. 작은방 하나랑 거실 벽면만 다시 하면 되는 거라 가구 좀 밀어두고 짐만 박스에 대충 담아두면 끝날 줄 알았으니까. 근데 막상 전날 밤에 냉장고 옆 틈새랑 구석에 박혀있던 책들을 꺼내기 시작하니 이건 그냥 이사가 수준이었다. 은평구 쪽 도배업체 세 군데 정도 전화해보고 그나마 일정이 맞았던 곳으로 정했는데, 사장님이 오시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짐이 그대로 있으면 공임이 더 들거나 마감이 깔끔하게 안 나올 수 있어요’였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무겁게 들리던지. 결국 새벽 두 시까지 끙끙대며 짐을 거실 한가운데로 다 몰아넣었다. 허리는 이미 반쯤 나간 것 같고, 내일 일어날 수 있을까 싶더라.

벽지를 뜯어내고 드러난 벽 상태의 충격

다음 날 아침 8시, 도배 기사님 두 분이 오셨다. 사실 좀 걱정했던 게 디아망 벽지로 고를까 고민하다가 가격 때문에 살짝 타협했는데, 막상 벽지를 뜯어보니 내부 상태가 더 가관이었다. 군데군데 곰팡이도 보이고, 무엇보다 예전에 대충 덧방 시공을 해놨던 흔적들이 겹겹이 나오는데 한숨만 나왔다. 기사님이 ‘이거 그냥 위에 덮으면 나중에 다 떠요, 다 뜯어내야 합니다’ 하시는 말씀에 속으로 ‘아, 추가 비용…’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장판도 꽤 오래되어서 장판교체비용까지 한꺼번에 물어봤는데, 생각했던 예산에서 30만 원 정도는 더 훌쩍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이미 벽은 다 뜯어놨으니 선택권이 없었다.

기다림의 시간과 애매한 점심 식사

오전 10시쯤 되니 집안이 온통 벽지 부스러기랑 풀 냄새로 가득 찼다. 나는 도망치듯 나와서 집 앞 커피숍에서 세 시간 넘게 버텼다. 작은방 도배비용만 생각하면 그냥 눈 딱 감고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짐 이동하고 쓰레기 처리하고 자재비까지 합치니까 체감 비용은 훨씬 컸다. 중간중간 기사님이 ‘이 벽은 좀 더 말려야 하는데’ 하시면서 히팅건을 쓰시는데, 예전에 기사들끼리 사고 얘기도 들었던 터라 곁에서 지켜보는데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점심을 같이 시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근처 분식집에서 대충 때우고 들어갔는데, 좁은 거실에서 땀 흘리시는 기사님들 보니 괜히 죄송한 마음도 들고,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뒤섞였다.

마감이 다 되고 난 뒤의 묘한 기분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벽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게 나왔는데, 거실 구석 장판이랑 벽지 맞닿는 부분이 조금 우는 느낌이 들었다. 기사님은 며칠 지나면 마르면서 펴진다고 하시는데, 이게 정말 펴지는 건지 아니면 내 눈에만 거슬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가격은 총 180만 원 정도가 나왔다. 당일 도배로 해결하려고 무리하게 일정을 잡았더니 몸도 마음도 털린 느낌이다. 짐을 다시 제자리에 넣는 것도 일인데, 벽지를 새로 해서 그런지 예전 짐들을 다시 들여놓기가 좀 꺼려졌다.

정리가 끝난 후에도 남은 숙제

밤이 되어서야 모든 짐을 정리했다. 벽지는 깨끗해졌는데, 이전보다 훨씬 좁아 보이고 어색한 이 느낌은 뭘까. 비용을 들여서 시공을 했는데 뭔가 상쾌함보다는 ‘이제 당분간은 벽지 볼 일 없겠지’ 하는 안도감이 더 컸다. 다음에는 그냥 도배를 하지 말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이번처럼 짐 다 빼고 제대로 해야 하나 고민이 계속 남는다. 장판도 그냥 비싼 걸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일단은 오늘 너무 피곤해서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살고 있는 집 짐 옮겨가며 도배하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줄이야”에 대한 3개의 생각

  1. 벽지 뜯는 과정에서 기사님들이 쓰시는 히팅건 소리가 정말 신경 쓰였어요. 예전에 기사님들끼리 이런 얘기들을 들었는데, 그게 현실에서 느껴지니 더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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