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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도배를 하려다 온 집안을 다 뜯어고칠 뻔했다

처음엔 거실 벽 한 면만 바꾸려고 했다

거실 벽지에 커피를 쏟았던 게 시작이었다. 물티슈로 닦아내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부분이 누렇게 뜨고 쭈글쭈글해졌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펴질 줄 알았지. 근데 이게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거다. 그래서 근처 도배 가게 몇 군데에 전화를 해봤다. 수원 쪽이라 그런지 검색하면 나오는 곳은 꽤 많았다. 24평 아파트인데 거실 한 면만 하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했다. “거기는 짐 옮기는 비용이랑 사람 하루 일당 나오면 전체 도배랑 큰 차이 안 납니다.” 그냥 전체 다 하라는 소리처럼 들려서 기분이 묘했다. 이게 진짜 비용 차이가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일거리를 크게 만들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7평 원룸 살 때는 대충 직접 셀프로도 해봤는데, 지금 사는 곳은 24평이라 그런지 엄두가 안 났다. 천장 도배 비용도 따로 물어봤는데, 벽지 값보다 인건비 비중이 훨씬 커서 놀랐다. 그냥 한 면만 고치려고 했던 계획이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도배지를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더디다

인터넷으로 도배지 종류를 보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실크 벽지랑 합지 벽지, 뭐 이런 용어들이 나오는데 샘플북을 직접 보지 않으면 감이 안 온다. 동네 도배집에 직접 가서 샘플지를 넘겨봤다. 핑크색도 화이트도 다 같은 흰색, 분홍색이 아니었다. 어떤 건 너무 차가운 파란색이 돌고, 어떤 건 너무 누런 기운이 강해서 올드해 보였다. 결국 적당히 무난한 연그레이 컬러를 골랐는데, 이게 또 조명에 따라서 느낌이 확 달라진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 낮에 보는 색이랑 밤에 스탠드 켰을 때 보는 색이 다를 텐데. 도배지 한 롤 가격이 얼마인지 따져보다가 계산기 두드리는 걸 포기했다. 그냥 전체 견적을 받았을 때 100만 원 안팎으로 부르는 곳이 많았는데, 이게 적정한 가격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평택이나 충주 쪽 지인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그 정도면 평균 아니냐”라고만 해서 더 확인해 볼 데도 없었다.

짐을 옮기는 게 도배보다 더 고역이었다

도배하는 날 아침 일찍 업자분들이 오셨다. 젊은 두 분이 오셨는데, 생각보다 씩씩하게 일 처리를 하셨다. 근데 막상 가구들을 다 끄집어내고 나니까 집안이 휑해지면서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석에 곰팡이가 살짝 슬어있는 게 보였는데, 이걸 그냥 도배지로 덮을지 아니면 약품 처리를 할지 결정해야 했다. 결국 곰팡이 제거까지 추가하느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서너 시간이 더 지체됐다. 짐들을 베란다랑 화장실에 막 쌓아놓고 나니, 오늘 안에 이 가구들을 다시 다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누수 때문에 석고보드까지 교체하는 큰 공사도 아니었는데, 짐 옮기느라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까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천장 도배할 때 먼지가 쏟아지는 걸 보면서 그냥 다 뜯어내고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다 끝났는데 왜 마음이 개운하지 않을까

저녁 6시쯤 모든 공사가 끝났다. 새 벽지로 바뀐 거실을 보니 확실히 깔끔하긴 하다. 커피 자국도 사라지고 톤이 정리된 느낌이다. 그런데 자꾸 벽지 끝부분이 들떠 보이고, 콘센트 마감 부분이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아서 자꾸 시선이 간다. 업자분들은 “마르면 팽팽해질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셨는데, 내 눈에는 왜 자꾸 울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는데, 왠지 돈을 쓰고 나서도 뭔가 찝찝한 이 기분은 뭘까. 차라리 그냥 누런 자국 그대로 두고 살았으면 더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다음에는 그냥 내가 직접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오늘 그 먼지 구덩이 속에서 짐 나르던 생각을 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매입임대 주택처럼 시설 점검이랑 수리까지 한꺼번에 해주는 환경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도배가 끝났는데 가구 배치를 다시 하는 게 또 산더미처럼 남아서, 오늘 밤은 그냥 대충 매트리스만 깔고 자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은 벽지를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다.

“부분 도배를 하려다 온 집안을 다 뜯어고칠 뻔했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벽지 색깔 고르는 거 정말 힘들던데요. 저는 샘플북만 봐도 어떤 색이 실내 조명 아래서는 어떻게 보일지 확연히 알 수 있는데, 롤을 사기 전에는 그게 뭔지 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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