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벽면 하나 바꾸는 게 뭐라고
결혼하고 나서부터 쭉 살던 집인데, 거실 한쪽 벽지가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 원래는 그레이 톤의 포인트 벽지였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니까 가장자리부터 살짝 들뜨고 색도 바래서 영 보기 싫었다. 처음에는 그냥 업체에 실크 도배 견적이나 한번 받아볼까 싶었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짐을 다 옮겨야 하고 인건비랑 자재비까지 합치니까 생각보다 금액이 훌쩍 뛰더라. 그래서 괜한 객기가 발동해서 ‘그냥 거실 한 면 정도는 셀프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근처 홈씨씨 같은 대형 매장에 가서 벽지 종류를 둘러보는데, 실크는 초보자가 하기엔 이음매 맞추기가 지옥 같다는 말을 듣고 만만한 합지 벽지를 사 왔다. 대충 5만 원 정도 들었나. 일단 저렴하니까 망쳐도 타격이 적다는 생각에 가볍게 시작했다.
짐 옮기는 것부터 이미 지치기 시작함
막상 시작하려니 거실에 있는 소파랑 책장을 옮기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성인 둘이서 낑낑대며 가구를 옆으로 밀어놓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기존 벽지를 뜯어내는 게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떨어지긴 했다. 그런데 벽지를 떼어내고 드러난 벽면이 문제였다. 군데군데 곰팡이 흔적이 있고 시멘트 벽면이 고르지 않아서 퍼티 작업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유튜브에서는 다들 전문가처럼 쓱쓱 바르던데, 나는 퍼티를 바르다가 옆으로 다 튀고 난리도 아니었다. 손에 묻은 풀이랑 섞여서 거실 바닥이 아주 끈적끈적해졌는데, 그때부터 ‘아,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싶었다. 벽면 정리에만 세 시간 넘게 쓴 것 같다. 애초에 도배사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 도구를 쓰는지 몸소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풀 바른 벽지의 공포
벽지를 재단하고 풀을 바르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미리 풀이 발라져 있는 벽지를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풀을 너무 많이 바르면 벽지가 축축 늘어지고, 너무 적게 바르면 금방 말라서 벽에 붙지도 않았다. 끈적거리는 벽지를 들고 거실 벽에 맞추려는데, 혼자서 하려니 자꾸 한쪽이 쏠리고 접히고 난리였다. 특히 모서리 부분에서 벽지가 구겨지기 시작하니까 멘탈이 나가는 느낌이었다. 결국 남편이랑 둘이서 벽지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붙였는데, 나중에 보니 벽지 패턴이 미세하게 안 맞는 곳이 몇 군데 눈에 띄었다. 멀리서 보면 괜찮은데 가까이서 보면 영 신경 쓰이는 그런 상태랄까.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붙여버린 걸.
다 끝내고 나니 드는 묘한 기분
거의 여섯 시간을 꼬박 매달려서 마무리했다. 벽지가 다 마르고 나니까 처음보다야 훨씬 깔끔해졌지만, 자세히 보면 풀 자국도 조금 보이고 구석진 곳은 마무리가 좀 허술하다. 처음엔 의욕이 넘쳤는데 다 끝내고 거실에 앉아있으니 성취감보다는 그냥 몸살기가 먼저 올라오더라. 전문가한테 맡겼으면 반나절 만에 아주 매끈하게 끝났을 텐데 싶었다. 돈은 확실히 아꼈지만 내 주말이랑 허리 통증을 맞바꾼 기분이다. 다음에 또 하라면 절대 안 할 것 같다. 벽지가 마르면서 팽팽해지는 걸 보고 있으면 그래도 뿌듯하긴 한데, 이음매를 볼 때마다 ‘다음에는 그냥 사람을 부르자’는 결론만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다른 사람들은 셀프 도배를 아주 쉽게 하는 것 같던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 벽지를 한 3년은 더 보고 살아야 할 텐데, 벌써부터 가장자리 들뜨는 게 걱정된다.

벽지 떼어내다가 곰팡이 때문에 퍼티 작업 생각까지 한 게, 역시 DIY는 꼼꼼한 준비가 전부인 것 같아요.
풀을 바르는 과정이 정말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특히 좁은 곳에서 혼자 하니까 벽지가 삐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