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 아래 거뭇하게 올라온 곰팡이
거실 창가 쪽에 짐을 좀 쌓아두고 살았는데, 얼마 전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환기를 소홀히 했더니 문제가 터졌다. 며칠 전 짐을 치우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창틀 바로 아래쪽 실크벽지에 거뭇거뭇한 자국들이 핀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먼지인 줄 알고 물티슈로 슥 닦아보려 했지만, 닦이지 않고 오히려 벽지 속에서 배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이게 결로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에 창틀 쪽 실리콘이 살짝 들떴던 게 원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곰팡이가 벽지 뒤쪽으로 번져있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사실 처음엔 셀프로 벽지를 덧방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인터넷에서 실크벽지 보수용 조각을 파는 걸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셀프 보수와 업체 사이의 갈등
셀프로 해보겠다고 유튜브 영상을 몇 개 찾아봤는데, 막상 실크벽지는 합지랑 다르게 도배 풀이나 부자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부분 도배를 하려면 벽지 한 폭을 통째로 뜯어내고 다시 붙여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정교한 작업이었다. 특히 벽지가 겹치는 부분을 얼마나 깔끔하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티가 나는 정도가 다르다고 했다. 30센티에 70센티 정도 되는 범위면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덧붙였다가 나중에 벽지가 울거나 색깔이 묘하게 맞지 않아 더 지저분해 보일까 봐 걱정이 앞섰다. 요즘 도배 부자재 가격도 16% 정도 올랐다던데, 괜히 재료 사다가 망치면 돈은 돈대로 들고 스트레스만 더 받을 것 같았다. 사실 양재동이나 해운대 같은 곳은 인테리어 업체가 많아도 우리 동네는 소규모로 부분 도배만 딱 해줄 곳을 찾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견적 문의와 현실적인 가격 체감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도배업체 세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니 대부분 ‘부분 도배는 일정이 안 맞으면 안 한다’거나 ‘최소 비용이 있다’는 식으로 반응이 차가웠다. 하긴, 도배사 입장에서는 거실 한 구석 보수하려고 이동해서 시간 쓰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곳에서 대략적인 금액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다. 인건비에 식대까지 포함하면 꽤 묵직한 금액이 나왔다. 4.5T 장판 시공이나 대구 쪽 데코타일 공사 비용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부담이었다. 이게 정말 이 돈을 주고 할 일인가 싶어 며칠을 더 고민했다. 거실 한 면을 전체 다 바꾸는 것도 아니고 고작 곰팡이 난 부분만 도려내고 새 벽지를 붙이는 건데 말이다.
도배 당일의 어수선함
도배 당일에는 짐을 다 옮기느라 땀을 한 바가지 쏟았다. 도배사분은 아침 일찍 오셔서 벽지를 뜯어내셨는데, 역시나 겉으로 보이던 것보다 안쪽 상태가 훨씬 심각했다. 석고보드까지 살짝 변색이 되어 있어서 방습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다시 올라올 거라고 하셨다. 그냥 셀프로 대충 덮어버렸으면 아마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곰팡이가 올라왔을 것 같다. 벽지를 뜯어내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고 날카로워서 옆집에 조금 미안했다. 작업 시간은 3시간 정도로 생각보다 금방 끝났지만, 그 3시간 동안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서 짐들이 뒤섞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벽지를 새로 붙이니까 확실히 깨끗해지긴 했는데, 새로 바른 벽지랑 기존 벽지랑 색깔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남은 찜찜함
작업이 끝나고 도배사분이 가신 뒤에 벽지를 찬찬히 훑어봤다. 곰팡이가 있던 자리는 가려졌지만, 새로 붙인 벽지 이음새가 은근히 신경 쓰였다. ‘이걸 나중에 내가 다시 페인트로 칠해야 하나’ 아니면 ‘벽지 스티커 같은 걸 붙여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무엇보다 이 곰팡이가 정말로 완전히 제거된 건지, 아니면 벽체 내부 습기가 여전히 남아있어서 언젠가 다시 피어오를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인테리어라는 게 큰돈을 들여서 한 번에 다 바꾸면 속 편하겠지만, 이렇게 찔끔찔끔 고치다 보면 오히려 돈은 돈대로 나가고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그 부분만 보면 약간 색깔이 미세하게 다른 게 눈에 띈다. 시간이 지나면 벽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일단은 짐을 옮겨두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마다 그냥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아니면 내 집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석고보드 변색 때문에 습도 관리도 중요하겠네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문제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던 차였어요.
벽지 이음새 보니까 제가 진짜 셀프 도배는 무서워요. 꼼꼼하게 덮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