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합지가 마음 편한 것 같아서
이사 온 지 3년쯤 지나니 거실 벽지 모서리가 누렇게 뜨기 시작했다. 처음엔 물티슈로 살살 닦아봤는데, 이게 닦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라. 그냥 곰팡이처럼 번지는 게 아니라 종이 자체가 삭아버린 느낌? 그래서 을지로에 나갔다. 방산시장 쪽 지물포들이 싸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굳이 시간 내서 평일 오후에 찾아갔다. 사실 도배라는 게 인테리어의 꽃이라지만, 나한테는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은 귀찮은 숙제에 가까웠다. 가서 실크벽지 샘플들을 보는데, 이게 또 가격 차이가 만만치 않더라. 10평 남짓한 공간인데 실크로 다 바르면 견적이 훌쩍 뛰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관리를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상담해주시는 분이 합지를 추천해주시는데, 예전에 느꼈던 그 특유의 ‘빈티’ 나는 합지가 아니라 요즘은 천연 펄프 섞어서 색감도 다양하게 잘 나온다고 해서 그냥 귀가 얇아져 합지로 결정했다.
방산시장 구경은 좋았지만 선택은 어려워
을지로 방산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장판이며 벽지며 정말 종류가 많다. 근데 막상 고르려고 하면 머리만 아프다. 업체마다 말하는 견적도 조금씩 다르고, 인건비가 포함되면 15평 정도 되는 공간도 꽤 비용이 나간다. 누구는 ‘그래도 실크가 낫지 않겠냐’며 훈수를 두는데, 사실 내가 25년 된 구축 아파트에 살면서 실크벽지 한다고 집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깔끔하게 하얀색 합지로 다 덮어버리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간에 우드 느낌 나는 벽지도 잠깐 고민했는데, 너무 촌스러워질 것 같아서 참았다. 결국 가장 무난한 화이트 톤으로 골랐는데, 막상 고르고 나니 이게 진짜 내 취향인지 남이 추천해준 걸 산 건지 조금 헷갈리더라.
도배 당일의 어수선한 풍경
공사 날짜를 잡고 나니 짐 옮기는 게 더 일이었다. 10평 도배 비용이 대략 40~60만 원 선에서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 상황 보고 부자재 추가되고 인건비 좀 더 나오니 70만 원에 육박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도배하시는 분들 오셔서 방 안에서 풀칠하고 종이 자르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예전에 누수 때문에 벽지 들뜸 현상 생겼던 곳을 보여드리니, 보수 작업까지 꼼꼼히 하느라 시간이 예상보다 두 시간은 더 걸렸다. 오후 5시쯤 끝나겠거니 했던 게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어둑어둑해진 집 안에서 새 벽지 냄새를 맡고 있자니, 이게 잘한 짓인가 싶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냥 살던 벽지가 익숙했는데, 새로 바른 벽지는 너무 하얘서 오히려 내 낡은 가구들이 더 돋보이는 느낌이다.
정말 합지가 가성비가 맞을까
지나고 생각해보니 굳이 실크를 안 해서 돈을 아낀 것 같긴 한데, 합지는 확실히 내구성이 좀 떨어진다. 이사할 때 짐 옮기다가 살짝만 긁혀도 금방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뭐, 5년 뒤에 또 뜯고 새로 바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기로 했다. 처음에 우드 무늬 고민했던 거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냥 깔끔하게 화이트 합지로 한 게 백번 잘한 일 같다. 다만, 천장 마감이랑 벽면 연결되는 부분이 아주 조금 우글거리는 게 신경 쓰이는데, 이건 시간이 지나면 마르면서 펴진다고 하니 그냥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도배라는 게 참 신기한 게, 끝나고 나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놓고 보니 또 다른 인테리어 욕심이 생긴다. 장판도 바꿀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막상 끝났는데도 뭔가 하나 덜 끝낸 것 같은 찝찝함이 남는다.

처음에 실크 생각했던 거 보니까 진짜 후회되네요. 화이트로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실크벽지 가격 때문에 합지로 결정한 게 맞는 선택인 거 같아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처음엔 좀 아쉬웠지만 지금은 만족스럽네요.
벽지 샘플 보면서 실크 가격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합지로 빨리 결정한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벽지가 너무 하얘서 가구들이 더 돋보이는 게 오히려 신기하네요. 마치 새로운 옷을 입으니 오래된 가구가 예뻐 보이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