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벽지랑 합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간
처음엔 거창하게 인테리어 앱을 켜고 실크벽지를 알아봤다. 다들 실크가 고급스럽고 때도 잘 안 탄다고 하길래 내심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도봉구 근처 지물포 두 군데를 돌아다니며 견적을 받았는데, 실크로 하면 인건비가 꽤 붙어서 예상보다 예산이 훌쩍 뛰더라. 벽지 값 자체는 영진벽지 같은 브랜드 제품을 골라도 큰 차이가 없는데, 결국 시공비 문제였다. 실크 벽지가 사실 PVC 코팅이 되어 있는 거라는 말을 듣고 나서 괜히 찝찝해졌다. 나중에 폐기물 처리할 때도 그렇고, 그냥 친환경적인 느낌을 내고 싶어서 다시 합지 쪽으로 눈을 돌렸다. 사실 합지가 관리는 좀 힘들어도 도배가 끝났을 때의 그 자연스러운 느낌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셀프도배를 시도해본 과정
지물포 사장님은 말리셨다. ‘합지도배도 초배지 안 바르면 다 티 난다, 그냥 사람 부르는 게 속 편하다’며 웃으셨는데, 그때는 그 말을 가볍게 들었다. 1평당 5천 원에서 8천 원 정도 하는 저렴한 합지 벽지를 사서 방 하나만 먼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벽지 풀을 바르고 나서 10분 정도 숨을 죽여야 하는데, 이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지루하고 길다. 거실은 엄두도 못 내고 작은방 하나를 선택했는데 벽면 정리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기존 벽지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시멘트 가루가 온 방안을 뒤덮었다. 이때쯤엔 그냥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나 싶었다.
예상치 못한 곰팡이 흔적과의 싸움
벽지를 뜯어내니 구석진 곳에 검은 점들이 보였다. 곰팡이인지 결로인지 확실치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락스를 희석해서 닦아내고 말리는 과정을 거쳤다. 도배는 단순히 벽지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 밑작업이 90%라는 말이 실감 났다. 벽면이 고르지 않아서 초배지를 덧대야 하는데, 이게 자꾸 울퉁불퉁하게 붙어서 짜증이 확 났다. 인터넷에서 본 영상처럼 깔끔하게 안 떨어지더라. 벽지랑 벽지 사이 이음매를 맞추는 게 진짜 기술이라는 걸 느꼈다. 내 손으로 하니까 아무래도 겹치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다. 이게 나중에 말라서 수축하면 더 티가 날 것 같아 걱정이다.
도배 끝내고 느낀 묘한 만족감과 허무함
다 마르고 나서 보니 군데군데 겹친 자국이 보였다.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내가 직접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실크벽지의 번들거림보다 합지의 무광택이 은근히 방 분위기랑 잘 어울린다. 다만, 다시 하라고 하면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공 시간만 거의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사 당일에 도배까지 하려고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전문 도배사분들이 오시면 3~4명이 붙어서 반나절 만에 끝낼 일을 혼자서 낑낑대며 며칠을 보냈으니 경제적인 효율은 따질 것도 없다. 물론 직접 해서 드는 비용은 재료값 포함 10만 원 안팎으로 해결했지만, 들인 에너지는 그 이상이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찝찝한 구석들
지금 방 안을 보면 벽지가 조금씩 우는 곳이 있다. 이게 다 마르면 펴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될지 아니면 영원히 흉터처럼 남을지 모르겠다. 무지막지한 물벽지를 썼는데 풀이 너무 많이 묻어서 닦아내느라 고생했다. 합지가 저렴하다고 해서 만만하게 봤는데, 벽지 종류마다 붙이는 요령이 다르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다음번에 다른 방을 하게 되면 그때는 무조건 전문가를 부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은 이 방에서 지내는 게 나쁘지 않은데, 볼 때마다 내가 실수한 부분만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넘기기엔 몸이 너무 힘들다.

풀을 너무 많이 쓰니까 오히려 벽지 자국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지도.
벽지 이음매를 꼼꼼하게 붙이는 게 진짜 어려운 기술인 것 같아요. 울퉁불퉁하게 붙는 초배지 때문에 너무 답답했었죠.
시멘트 가루 때문에 결국 합지로 바꾸셨다니,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네요. 풀 바르는 시간 자체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PVC 코팅 때문에 좀 그랬어요. 저도 환경 때문에 무광으로 바꾸는 걸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