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지업사에서 방 한 칸 도배 견적을 받고 당황했던 기억
곰팡이가 살짝 슬고 구석구석 누렇게 변해버린 벽지가 언제부턴가 볼 때마다 거슬렸다. 면적도 좁은 방 하나뿐이니까 대충 풀칠해서 대강 붙이면 끝날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요새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셀프 도배용 풀 바른 벽지가 워낙 잘 나와 있어서 직접 해볼까 하는 욕심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내 엉망진창인 손재주를 믿었다가는 벽지를 다 찢어먹거나 방 안을 온통 풀밭으로 만들 게 뻔해서, 결국 돈을 좀 쓰더라도 사람을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집 근처 상가에 있는 동네 지업사에 먼저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봤다. 대충 방 사이즈를 알려주며 방하나도배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견적 비용이 내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도배공사라는 게 면적이 아무리 작아도 도배사 한 명이 현장에 나오면 하루 치 일당을 온전히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기본 인건비 선이 딱 정해져 있다는 설명이었다. 방이 작다고 해서 인건비가 깎이는 게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나니 뭔가 억울하면서도 속아 넘어가는 기분이 살짝 들었다. 벽지수리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덤볐다가 예산 계획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을지로 방산시장 벽지 매장들을 무작정 찾아가 보았다
인터넷으로 도배견적내는법을 찾아보니 을지로 쪽에 가야 그나마 벽지 도매 매장들이 모여 있어서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 견적이 저렴해진다는 팁이 보였다. 주말에 마침 시간이 나서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7번 출구로 나와 방산시장 골목으로 무작정 향했다. 골목 입구부터 수많은 벽지 매장들과 방산시장인테리어 업체들이 줄지어 있어서 초입부터 길 찾기가 복잡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는 룸스토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매장 안은 상담을 받는 사람들로 꽤 붐볐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직원 앞에 앉았는데, 직원이 두꺼운 샘플 책자를 몇 권 내 앞에 툭 내려놓았다. 동네 작은 지업사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회색, 베이지색, 흰색의 톤이 미세하게 다른 샘플들이 수백 가지는 되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너무 많은 조각들을 한꺼번에 보고 있으니 눈이 침침해지고 어떤 걸 골라야 내 방에 어울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대충 무난해 보이는 밝은 그레이 톤의 벽지를 손가락으로 짚어놓고 상세 견적을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복잡했던 벽지 선택과 인건비 계산법
매장에서 견적을 내는 과정은 단순히 벽지 가격만 더하는 게 아니었다. 실크벽지로 하면 기존의 벽지를 다 뜯어내고 초배지를 붙인 뒤 본 작업을 해야 해서 밑작업 비용과 추가 인건비가 더 붙는다고 했다. 반면에 합지 벽지는 기존 벽지 위에 그냥 덧방 시공이 가능해서 가격이 내려간단다. 결국 예산 문제를 고민하다가 실크 대신 소폭 합지 벽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벽지 값과 도배사 인건비, 풀과 부자재 값, 그리고 시공 후 나오는 폐기물 쓰레기봉투 비용까지 다 합쳐서 대략 30만 원대 중반의 가격이 나왔다. 동네에서 실크벽지 기준으로 알아봤던 금액보다는 확실히 저렴하긴 했지만, 좁은 방 하나 덧씌우는 비용 치고는 생각보다 지갑에 타격이 있는 금액이었다. 더군다나 주말에는 도배사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내가 원하는 날짜에 맞추려면 평일 아침 일찍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회사에 연차를 하루 내기로 하고 계약금을 이체한 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도배 당일 아침부터 좁은 방 안에서 벌어진 소란스러운 과정
약속된 평일 아침 8시 정각이 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나이 지긋한 도배사 한 분이 등 뒤에 커다란 작업용 발판과 풀 칠하는 기계 부품이 가득 담긴 자루를 짊어지고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전날 밤에 방 안에 있던 침대와 책상을 방 한가운데로 바짝 몰아두고 먼지가 쌓이지 않게 비닐로 대충 덮어두긴 했지만, 좁아터진 방에 커다란 장비들이 들어차니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도배사 아저씨는 방 벽면 구석을 손가락으로 쓱 문지르며 결로 때문에 생긴 곰팡이를 보더니 혀를 쯧 차셨다. 이런 벽은 그냥 벽지를 덮어버리면 몇 달 안 가서 다시 곰팡이가 올라와서 얼룩이 진다고 하셨다. 약품을 꼼꼼하게 뿌리고 긁어내려면 시간도 더 걸리고 까다롭다며 궁얼거리셨는데, 괜히 내가 잘못해서 집 관리를 안 한 것 같아 눈치가 보여 옆에서 조용히 마실 음료수를 건넸다. 기계에서 눅눅하게 풀이 묻은 벽지가 길게 밀려 나올 때마다 방 안은 퀴퀴한 풀 냄새와 먼지로 가득 찼고, 좁은 공간에서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소음 때문에 머리가 띵했다.
풀 마르기 전 쭈글쭈글한 벽지를 보며 들었던 불안감
모든 작업은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도배사 아저씨가 남은 벽지 부스러기와 쓰레기를 대충 수거해 가신 뒤, 텅 빈 방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솔직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새로 바른 벽지가 이곳저곳 사방으로 쭈글쭈글하게 울어 있었고, 벽 모서리 부분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붕 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작업이 잘못된 건가 싶어 당황스러운 마음에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 따져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풀에 젖은 벽지가 마르면서 수축하는 과정에서 팽팽하게 펴진다는 설명이 나와 있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마르는 게 답답하다고 보일러를 세게 틀거나 창문을 활짝 열어 바람을 쐬면 벽지가 급격하게 마르면서 터지거나 찢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결국 그 더운 평일 오후에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창고 같은 방 안에서 풀 냄새를 맡으며 눅눅함을 견뎌야 했다. 이틀 정도 지나자 신기하게도 쭈글쭈글했던 부분들이 서서히 펴지긴 했지만, 방 문틀과 만나는 미세한 이음새 마감 처리는 완벽하지 않고 살짝 들떠 있는 상태 그대로 남았다. 대충 눈 감고 살면 그만이긴 한데, 방 문을 열 때마다 매번 그 구석진 곳이 묘하게 눈에 밟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실크벽지 때문에 밑작업 비용이 추가될 줄은 몰랐네요. 좁은 방에 붙는 벽지의 종류가 가격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벽지 샘플 색깔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방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오히려 더 고민되네요.
풀 냄새 맡으면서 풀 긁어내는 모습이 어질러지긴 했지만, 결로 때문에 벽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벽지 풀 때문에 매장 안이 그렇게 퀴퀴했었는데, 룸스토어 직원분께 벽지 종류 설명받을 때 꼼꼼하게 질문한 게 오히려 비용에 영향줬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