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시장 도배지 투어의 기억
어느 날 문득 거실 벽지에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그냥 저렴한 합지 벽지로 어떻게든 대충 메꾸고 살았는데, 이번에는 좀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주말을 쪼개 방산시장까지 다녀왔다. 시장 골목을 돌다 보면 끝도 없이 나오는 벽지 샘플북들. 처음에는 신나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고르다가 나중에는 눈이 돌아가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걸 고르게 되더라. 30평대 아파트 전체를 도배하는 비용이 대략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라고 하길래, ‘이 정도면 내가 직접 도배지라도 사서 조금만 보태면 되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결국 실크 벽지 몇 롤을 싣고 차에 탔을 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인 인테리어의 시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벽지의 유혹과 현실
셀프 시공을 찾아보다가 이른바 ‘물벽지’라는 게 있길래 솔깃했다. 뒤에 풀이 다 발라져 있어서 물만 묻히면 바로 붙일 수 있다는 설명이 어찌나 간편해 보이던지. 시흥이나 구리 인테리어 업체를 몇 군데 알아봤지만 생각보다 견적이 높게 나와서 홧김에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그런데 막상 벽지를 받아보니 꽤 무겁고, 이걸 한 명에서 다루기엔 역부족이었다. 처음에 한 면을 붙일 때는 오기가 생겨서 재미있기라도 했는데, 구석 모서리 부분을 처리하려고 하니까 벽지가 찢어지고 풀이 바닥에 다 흐르고 난리가 났다. 거실 한 면 붙이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배 봉사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정부 영아원 같은 곳에 가서 봉사하시는 분들은 숙련도가 다르겠지만, 나는 그냥 벽지랑 씨름하다가 허리만 나갈 뻔했다.
도배지 종류 선택의 딜레마
합지로 할지 실크로 할지 고민할 때만 해도 기능성이니 뭐니 따졌는데, 막상 붙이고 나니 실크 벽지의 그 두께감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음매를 맞추는 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니더라. 조금만 겹치거나 벌어져도 바로 티가 나는데, 이걸 완벽하게 수평을 맞춰서 붙이는 건 아마 10년 차 도배사도 힘든 일 아닐까 싶었다. 어차피 2~3년 살다가 이사 갈 생각이면 너무 좋은 걸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중간에 동탄 도배나 인천 도배장판 관련 후기들을 봐도 다들 ‘사람을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류인데, 그때는 왜 그게 안 들렸을까.
시간과 비용의 묘한 계산
업체 견적이 180만 원 정도였는데, 내가 사서 고생한 재료비와 도구 비용을 합치니 거의 80만 원 가까이 나갔다. 꼬박 이틀을 날린 시간은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 벽지 값이 싸다고 해서 전체 비용이 무조건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특히 장판 셀프 시공까지 욕심을 냈다면 아마 지금쯤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도배는 하면 할수록 깔끔해지기보다는 점점 더 어딘가 울퉁불퉁해지는 것 같다. 벽지가 마르면서 펴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군데군데 뜬 부분을 보면 속이 타들어 간다.
아직도 남은 숙제
지금도 거실 한쪽 벽을 보면 묘하게 삐딱한 선이 눈에 거슬린다. 손님이라도 초대하면 ‘이거 내가 직접 한 거야’라고 자랑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사람들이 이쪽 벽을 안 봤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다음번엔 정말 그냥 업체를 부르자고 다짐하지만, 막상 또 짐을 다 치우고 다시 시작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기도 하다. 도배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끝이 나질 않는 느낌이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근원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아마 며칠 뒤면 이 울퉁불퉁한 벽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당분간은 벽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벽지 붙이는 거 정말 쉽지 않네요. 풀이 엉망으로 풀려나고 벽지도 찢어지는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고요.
실크 벽지 때문에 꼼꼼하게 고르려고 했는데, 2~3년 거주 계획이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