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제일 먼저 부딪힌 게 도배였다. 사실 처음엔 단순히 벽지 색깔만 고르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32평 아파트 도배 견적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하니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의정부 쪽 도배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는데, 다들 평수랑 방 개수부터 묻고는 툭툭 가격을 던졌다. 누구는 광폭합지로 하면 100만 원 초반대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실크벽지로 해야 깔끔하다며 200만 원 가까이 불렀다. 처음 들어보는 ‘삼중지’니 ‘부직포 시공’이니 하는 단어들이 쏟아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단순히 벽에 종이 붙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도배 견적의 함정과 막도배의 유혹
견적서를 받아보면 정말 제각각이다. 어떤 업체는 ‘막도배’라고 해서 기존 벽지를 다 뜯어내지 않고 덧방을 치는 식으로 비용을 확 낮춰줬다. 가격만 보면 솔직히 그게 제일 당기긴 했다. 32평 아파트 전체를 새로 다 하려면 비용이 꽤 나가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깔끔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나중에 벽지가 들뜨거나 곰팡이 문제로 더 큰 돈이 나갈 수 있다는 소리에 덜컥 겁이 났다. 결국 정도배로 가야 하나 싶다가도, 또 인테리어 비용이 자꾸만 불어나니까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감이 안 잡혔다. 이게 참 웃긴 게, 돈을 조금 더 주고 제대로 하려고 하면 그게 또 과잉 투자처럼 느껴지고, 싸게 하려고 하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게 인테리어의 딜레마인 것 같다.
집무실 리모델링 기사에서 본 32평의 무게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지자체 집무실 32평을 싹 고쳤다는 기사를 봤다. 예산 수천만 원이 들어갔다는데, 일반 아파트 도배 비용이랑 비교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살 집도 32평인데, 누구는 공공기관 리모델링에 그 정도 예산을 쓰고 누구는 100만 원 아끼려고 업체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도배라는 게 기술자의 인건비가 대부분이라, 누가 붙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 제일 짜증 났다. 내가 직접 해볼까 싶어서 유튜브를 한참 찾아봤는데, 천장 도배 영상 5분만 보고는 바로 마음을 접었다. 그냥 전문가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결국 집 근처 업체 한 곳을 정해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막상 공사 당일이 되니까 또 상황이 달랐다. 벽지를 다 뜯어보더니 벽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부직포 작업이 추가되어야 한다며 견적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분명 상담할 때 들었던 가격보다 20만 원 정도가 더 올라갔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 뜯어놓은 벽을 보니까 더 따질 수도 없었다. 이게 원래 도배가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호구처럼 잡힌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오후 4시쯤 되니까 작업자분들이 피곤하신지 속도가 좀 처지는 게 느껴졌는데, 괜히 옆에서 서성거리는 것도 눈치 보여서 커피만 몇 번 사다 나르고 말았다.
아직도 남은 의문과 정체 모를 벽지 색깔
결국 무난한 화이트 톤의 광폭합지로 마무리를 했다. 공사가 끝나고 며칠 뒤 벽지를 다시 살펴보니, 모서리 쪽이 살짝 들떠 있는 곳이 한두 군데 보였다. 보수 요청을 할까 하다가도 또 일정을 잡고 사람을 불러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그냥 두고 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붙겠지 싶기도 하고. 사실 이번에 도배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어떤 벽지를 고를까’가 아니라, ‘어디까지 믿고 맡겨야 할까’에 대한 불안함이었던 것 같다. 투룸 도배비용보다 훨씬 많이 나온 내 돈이 제대로 쓰인 건지, 아니면 그냥 적당히 타협한 건지 결과물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 또 도배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좀 더 덤덤하게 넘길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